아시아계 '이민 2세' 배우 '홍 차우'의 도전
영화 '다운사이징' 기자회견
맷 데이먼 주연 22일 개봉
주말 오전에 기자회견이 열렸음에도 불구하고 감독과 작가, 배우들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아쉽게 맷 데이먼은 불참했지만 알렉산더 페인 감독과 제작자 마크 존슨, 작가 짐 테일러, 그리고 배우 홍 차우가 참석했다.
영화는 과학기술이 발달한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람의 부피를 0.0364%, 무게를 2744분의 1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선을 보였으며 이는 영화제목과 같은 '다운사이징'이라 불린다. '다운사이징'으로 작아진 사람들을 위한 세상이 있는데 이 세상에서는 사람의 크기가 작아진 것과 반대로 돈의 가치는 120배가 늘어나게 된다. 10만 달러가 1200만 달러의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 영화는 다운사이징을 택한 폴 사프라넥(맷 데이먼 분)과 베트남 난민으로 나오는 녹 란 트란(홍 차우 분) 그리고 두산 미르코비치(크리스토프 왈츠 분) 이렇게 3명의 주인공이 겪은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무대에서 간단한 인사 후에 곧바로 질의응답시간이 마련됐다.
전날 있었던 영화 시사회 분위기는 무척 밝았지만 이날 기자회견 분위기는 유쾌한 영화 분위기와는 다르게 무거웠다.
바로 할리우드 기자들이 극중 홍 차우가 유독 베트남 억양을 강하게 발음한 것에 대해 지적을 한 것이었다.
한 기자가 배우 홍 차우에게 "녹 란 트란(홍 차우의 극 중 이름)의 베트남 억양이 지나치게 강해 베트남계 이민자들에 대한 스테레오타입을 심어줄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이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극 중에서 녹 란 트란은 베트남 이민자로 나오며 홍 차우도 실제 베트남계 이민 2세다.
차우는 잠시 당황한 기색을 보였으나 이내 침착한 어조로 "일부러 억양을 과장하지 않았다. 나의 부모님도 베트남계 이민자다"라며 "나의 부모님을 비롯한 많은 베트남계 이민자들의 말투가 녹 란 트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홍 차우에게 질문세례가 쏟아졌다. 대부분 홍의 억양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홍의 베트남 억양이 인종차별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홍 차우와 아시아계 언론사들이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오히려 아시아계 기자들은 극 중 차우의 발음에 대해 이해를 한다는 분위기였다.
한 일본 언론사의 기자가 기자회견에 대해 언급하며 "예민한 사안에 유연하게 대처했다"고 말하며 차우를 위로하기도 했다.
이에 차우는 "영화에 대한 해석은 관객에 따라 저마다 다를 수 있다"면서 "이 영화에는 베트남계뿐만 아니라 다양한 유색인종 이민자들이 등장하는데, 자세히 보면 이들은 모두 부엌에서 일하거나 저렴한 임금을 받는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통해 다양한 인종을 보여주고, 인종에 따라 경제 환경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사진=정인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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