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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스포츠 아닌 정치적 결정" 미국의 음모로 몰아

세계반도핑기구 "IOC 결정 지지"
미국 스포츠계도 "재발 방지 효과"
FIFA "월드컵과는 별개" 선긋기

러시아를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퇴출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결정에 대해 국제 스포츠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IOC와 손잡고 러시아의 도핑 스캔들을 추적해온 세계반도핑기구(WADA)는 즉각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크레이그 리디 WADA 위원장은 "IOC 결정을 지지한다"며 "러시아의 도핑은 국가 차원에서 이뤄졌다. 선수들은 도핑 스캔들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개별적으로 입증해야 한다"고 못 박았다.

미국올림픽위원회(USOC) 등 미국 스포츠계 입장도 IOC나 WADA와 같았다. USOC는 "IOC가 원칙에 따라 단호한 결정을 내렸다. 이번 조치가 재발 방지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논평했다. 타이거 쇼 미국 스키스노보드협회(USSA) 회장도 "(IOC의 결정이) 약물 없는 깨끗한 스포츠의 중요성을 일깨웠다"고 말했다.

USOC와 산하 조직은 IOC와 동반자 관계다. USCO는 IOC가 벌어들이는 TV 중계권료의 12.75%, 마케팅 수입의 20%를 가져간다.

제재 당사국인 러시아는 폭발 직전이다. 올림픽과 월드컵, 이 두 가지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를 통해 국가적 위상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을 동시에 끌어올리려던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 등 33개의 메달(은11·동9)을 따내며 종합 우승했다. 푸틴 대통령은 소치 올림픽 이후 지지율이 86%까지 치솟자 이런 국민적 지지를 등에 업고 크림반도 합병을 강행했다.

러시아는 여전히 도핑 스캔들을 부정한다. 오히려 IOC의 제재를 '미국의 음모'로 몰아가는 분위기다. 러시아컬링협회장인 드미트리 스비시체프 러시아 하원의원은 "우리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는 명확하다"며 "스포츠가 아니라 정치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치인과 스포츠인, 또 국민들은 소셜미디어(SNS)에 '러시아 없는 올림픽은 없다'는 뜻의 해시태그(#NoRussiaNoGames)를 퍼뜨리는 등 항의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을 앞둔 국제축구연맹(FIFA)은 도핑 이슈가 축구계로 번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이번 러시아 도핑 스캔들의 '주범'으로 지목돼 IOC로부터 '올림픽 영구제명'을 당한 비탈리 무트코(59·사진) 러시아 스포츠 담당 부총리가 월드컵조직위원장이다.

존 매케인 미국 상원의원은 "이번 IOC의 결정은 FIFA 월드컵이 내년에 러시아에서 열리면 안 되는 이유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날을 세웠다. 무트코 부총리는 지난 1일 월드컵 본선 조 추첨식 때도 "영국도 축구를 포함한 여러 종목에서 도핑과 관련한 부적절한 행위가 의심된다는 보고가 있었는데도 아무 조치가 없었다"며 "러시아만 차별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FIFA는 "러시아 선수들의 겨울올림픽 출전 여부와 관련한 IOC 결정과 월드컵 준비 과정은 별개"라며 "FIFA는 반도핑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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