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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가 공 칠 때까지 공쳤다, 의리의 캐디 라카바

최근 4년 투어 출전 거의 못했지만
"선수 아픈데 떠나면 예의 아니다"
주변 권유에도 다른 선수 가방 안 메

박인비 캐디 비처도 11년째 우정
4년간 지독한 슬럼프 때도 기다려
"인비 은퇴하면 같이 그만둘 것"


타이거 우즈(42)가 허리가 아파서 쉬는 동안 그의 캐디 조 라카바는 공쳤다. 일을 못 해 돈벌이가 적었고, 골프 공도 쳤다. 라카바는 "오래 쉰데다 그동안 골프를 너무 많이 해서 오히려 골프 실력이 줄었다"고 농담을 했다.

라카바는 인정받는 캐디다. 프레드 커플스와 오랫동안 함께 일했고 2011년 초에는 뜨는 별 더스틴 존슨에게 스카웃됐다. 그러나 그 해 말 우즈의 부름을 받고 즉시 달려갔다. 당시 우즈는 섹스 스캔들 이후 2년여 동안 한 번도 우승을 못한 '지는 별' 이었다. 라카바는 "존슨은 훌륭한 선수지만 우즈의 가방을 메는 것은 최고의 영광"이라면서 자리를 옮겼다.

라카바의 도박은 통했다. 우즈는 2012년과 2013년 합쳐 6승을 거두면서 세계랭킹 1위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후 몸이 좋지 않았다. 최근 4년 동안 우즈가 PGA 투어 대회에 출전한 것은 23회에 불과했다. 여러 선수들이 라카바에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라카바는 "우즈가 언제 회복할지 모른다. 함께 일하던 선수가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서 떠나는 것은 그 선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면서 거절했다. 사실 라카바가 다른 선수의 캐디를 맡는다 해도 큰 문제는 아니다. '우즈가 회복하면 바로 돌아가겠다'는 조항을 넣고 계약하면 된다. 그러나 라카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라카바는 지금 우즈와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박인비(29)와 그의 캐디 브래드 비처(34·호주)의 우정도 비슷하다. 비처는 2007년 말부터 박인비의 캐디를 맡았다. 박인비는 이듬해 US오픈에서 우승했지만 이후 4년간 드라이버 입스로 지독한 슬럼프에 빠졌다. 일본 투어에서 뛰기도 했다. 그래도 비처는 떠나지 않았다. 박인비는 결국 2013년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을 하면서 최고의 활약을 했다. 박인비는 "비처와 한 팀으로 이룬 업적"이라고 했다. 당시 비처는 눈물을 흘리면서 "박인비 이외 다른 사람 가방을 메고 싶지 않다. 박인비가 은퇴하면 캐디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박인비는 지난해 손가락 부상으로 올림픽을 제외하곤 거의 대회에 나가지 못했다. 올해에도 상반기에만 뛰고 하반기엔 허리 부상으로 쉬었다. 박인비가 챙겨줬다고 해도 비처의 수입은 팍 줄었을 것이다. 지난 달 박인비 인비테이셔널에서 만난 비처는 "10여 년 동안 캐디를 하다가 지난해엔 푹 쉬었다. 처음엔 좋았는데 올해는 몸이 근질근질 하다"고 했다.

일급 캐디인 비처에게도 '함께 일하자' 는 제의가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비처가 다른 선수 가방을 멘 일은 딱 한 번 있다.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영국의 유망주인 조지아 홀의 가방을 들었다. 비처는 "여러 차례 부탁이 들어와 거절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10위를 한 홀은 이후에도 함께 해달라고 했지만 비처는 "박인비는 이제 몸이 나았다"면서 거절했다. 박인비의 코치이자 남편인 남기협씨는 "쉬는 동안 다른 사람과 일해도 된다고 했는데 인비의 가방만 메겠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비처는 "인비는 나를 만난 이후 한 번도 다른 캐디를 쓰지 않았다"고 했다.

비처는 17세 때부터 17년간 캐디를 했다. 호주에서 주니어 선수를 하다 더 큰 세상을 보러 미국에 건너간 뒤 LPGA 투어에서 캐디로 일했다.

비처는 처음부터 최고의 캐디는 아니었다. 그러나 박인비와 함께 11년간 함께 일하면서 실력이 부쩍 성장했다. 그는 "커리어 그랜드슬램과 올림픽 금메달 등 상상도 못한 것들을 경험했다. 아직 내 나이가 많지는 않지만 이쯤되면 꽤 멋진 인생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캐디들이 'envy you(부럽다)'라고 하면 나는 '인비 유(Inbee you)' 라고 답한다"고 농담도 했다. 박인비와 함께 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박인비가 쉬는 동안 비처가 허송세월을 보낸 건 아니다. 그는 "짬짬이 방송 그래픽을 위한 데이터를 만들거나 카메라 디렉팅을 배웠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박인비가 은퇴하면 캐디를 그만두고 방송 관련 일을 할 생각이다. 인비 말고 다른 선수의 가방은 메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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