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이기철
시인·문학평론가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릴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 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고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아름다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 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우리는 아름답게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살면서 헤어져야 할 일 있을 때, 그때도 숭고한 이별을 하고 싶다. 꽃잎이 떨어지면 완성하는 꽃들의 이별처럼. 그렇게 우리도 꽃처럼 왔다가 꽃처럼 가는 꽃잎처럼, 누구에겐 가도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고 싶어 한다.
왔다가 가는 일이, 만났다가 헤어지는 것처럼 삶의 이치임을 받아들이면서 대자연과 함께 맞이하고 보내는 일이 고통과 슬픔이 아니라 아름답게 여겨지는 시인의 서정을 읽다 보면 지난날 혹 우리들의 설된 언동이나 생각으로 뉘에겐가 서운하게 한 일이나 사람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고속으로 달리는 디지털의 시간과 공간에서 사람 사는 내음이 아날로그 감성으로 다시 우러나게 한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에게 나는 모두 아름다운 사람이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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