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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에서…'쇼핑' 말고 '캠핑'

영업시간 이후 '밤샘주차' 허용
비교적 안전하고 경비 절약 효과

10여 년 전 어느 겨울 저녁, 식사를 하는 내내 마음이 바쁘기만 하다.

11월 초순부터 이듬해 3월까지 이동경로를 따라 철새 수만 마리가 몰려드는 북반구 최대의 철새도래지 중의 하나인 뉴멕시코주 소코로로 가야하기 때문이다. 출장이야 이튿날부터지만 가고 오는 시간을 빼면 철새와 대면하는 시간이 너무도 짧다.

야생동물이 내가 원하는 그림을 단번에 그려줄 리도 없고, 나 또한 조금이라도 그들과 시간을 더 보낼 요량으로 퇴근길을 서둘러 이 밤에 떠나기로 작정했던 터였으니, 더더욱 그랬다. 밤새 달리다가 어느 곳에서라도 자기로 마음 먹고, 침낭에 간단한 요깃거리를 데울 스토브에 코펠도 챙기다 보니, 밤 9시가 넘어서야 출발.

아내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뒤로 한 채 어둠 속으로 달리고 또 달렸다. 캘리포니아에서 애리조나주로 들어가서도 한참을 달리는데, 시각은 새벽 2시가 넘었다. 잠시라도 눈을 붙여야겠기에 눈에 띄는 시골마을에 내렸다. 이곳저곳을 돌다가 어느 가게 뒤 주차장에 차를 댔다. 뒷자리를 눕히고, 침낭을 준비하는데, 갑자기 뒷 유리창이 붉고 푸른 색으로 번쩍인다. 스피커로는 창밖으로 손을 내밀라고까지 하니, 영락없이 도둑놈으로 몰린 분위기다.

다가온 경찰에게 이러저러해서 하룻밤 쉴 생각이라고 했더니, 차 안을 둘러본 경찰이 의외의 제안을 한다. 여기는 위험하기도 하고, 순찰도는 경찰에게 계속 검문을 당할 테니, 월마트 주차장에 가서 자라고 한다. 거기는 시큐리티 카메라가 작동하는 데다 밝아서 안전하단다. 그러면서 친절하게 월마트까지 데려다 주고는 손을 흔들며 사라진다. 경찰이 시키는 대로 가장 안전하다는 주차장 한 가운데에 차를 세우고 누웠더니, 너무 밝아서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다. 결국 다시 프리웨이에 올라 어느 황무지에 내려서 밤을 보냈다.

지난주 뉴욕타임즈 인터넷판에 재미있는 기사가 올라왔다. 조지아주의 젊은 사진작가 두 명이 지난 여름 며칠간 카고밴을 타고 남부지방 일곱 군데의 월마트 주차장에서 밤을 지샌 경험담을 사진과 함께 올린 것이었다. "침묵, 위안 그리고 피난처", 제목이 그랬다.

월마트 주차장에서 밤을 보내는 이들의 사연은 제각각이었다. 한 젊은이는 아버지와의 언쟁 끝에 소형차를 몰고 왔고, 낡은 RV의 조수석에다 커다란 개구리인형을 동반자로 태우고 여행을 다니는 초로의 한 남자는 "처음에는 세상의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려 달리는데, 지금은 나 자신으로부터 떠나려 달린다"고 했다.

근사한 RV를 타고 나타난 중년부부는 메인주에서 2주간의 여행을 보내고 플로리다의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은퇴한 한 부부는 RV로 여행을 떠날 때마다 월마트 주차장을 이용한 지가 벌써 15년째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월마트 주차장을 이용하는 이도 있고, 돈을 절약하기 위해 또는 밤이 늦어져 인근의 RV파크가 만원이어서 찾아 온 이들도 있다. 어찌됐거나 준비만 됐다면 하룻밤 묵을 곳으로 월마트가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전국에는 모두 3273개의 월마트가 있고, 그 중 2370여 곳이 '밤샘 주차'를 허용한다. 시 규정이 허용 안하는 곳도 있고, 단독 주차장이 아니어서 그런 곳도 있다.

월마트 이외에 카지노, 트럭 스톱 등에서도 밤샘 주차를 허용하기도 한다. 8시간 연속 주차를 할 수 있는 프리웨이 휴게소는 상대적으로 위험할 수도 있다.

'월마트 캠핑', 공짜라고 해도 지켜야 할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한다.

▶사전에 '밤샘 주차'를 허용하는지 웹사이트(www.walmartlocator.com/no-park-walmarts/)에서 확인한다.

도착한 뒤 시큐리티 가드에게 한번 더 확인을 한다.

▶사용했던 곳은 원래보다 더 깨끗하게 해놓고 떠난다.

▶RV라고 해도 바닥 파손 방지를 위해 차량을 지지해주는 지지대 사용을 금한다.

▶차량 밖으로 캠핑의자 등 편의용품을 꺼내놓지 않는다.

▶각자의 차 안에서 시간을 보낼 뿐 대화를 하는 등 서로에게 간섭을 하지 않는다.


백종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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