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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이스' 청바지의 고향…서부시대 모습 그대로

신현식 기자의 대륙 탐방

버지니아 시티(Virginia City)

세크라멘토를 출발해 잔설이 남아 있는 시에라 네바다산맥을 넘었다. 한참을 내려가면 넓은 분지에 형성된 도시 리노를 만난다. 리노를 관통하는 프리웨이를 지나 버지니아 시티로 가는 남동쪽 길로 들어섰다. 산허리를 돌아 가물가물 보이는 리노를 뒤로 하고 점점 더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30여 마일의 산길을 오르락 내리락 굽이돌자 멀리 산중턱 7부 능선에 마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도시가 있을법하지 않은 곳이었다. 토요일 느지막하게 도착한 버지니아 시티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이었다. 멀리 RV를 주차하고 산비탈을 올라 도심으로 올라갔다.

길거리 호객에 이끌려 들어간 마을 중심지 노천 극장에서는 서부활극이 벌어지고 있었다.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마을에 나타난 무법자 총잡이 무리들이 마을사람들과 시내에 놀러 나온 은광 광부들을 약탈하고 괴롭히고 있었다. 출동한 보안관은 총격전에 사망하고 궁지에 몰린 광부들이 무법자들과 결투를 벌여 쫓아낸다는 권선징악의 뻔한 이야기를 공연하고 있었다.



전설의 도시 버지니아 시티는 사막 속의 사막 같은 산속에 위치해 있다. 은광이 아니었으면 수렵생활을 하는 야생의 아메리칸 원주민도 생존할 수 없을 것 같은 곳이다. 덥고 물이 귀하고 흙먼지가 많아 인간이 살기에는 최악이다.

그런데 버지니아 시티에 1859년 '컴스톡 광맥'이 발견됐다. 금이 아닌 은이었다. 골드러시에 막차를 타 재미를 못 본 사람들이 희망에 들떠 몰려들었다. 1870년대 중반 버지니아 시티 인구는 2만5000명까지 늘어났다. 지금은 금과 은의 가치가 60배 넘게 차이 나지만 당시 은의 가치는 금에 버금갔다.

컴스톡 광맥 발견 이후 20년 동안 채굴한 은과 금의 가치는 약 4억 달러였다고 한다. 지금 시세로는 570억 달러 정도 된다. '톰 소여의 모험'의 저자 마크 트웨인도 이곳에서 광부로 일했다. 돈을 벌지 못한 마크 트웨인은 지역 신문사에 취직해 소설을 쓰면서 유명 작가가 되었다.

골드러시 때 샌프란시스코로 이주해 옷과 텐트 등을 만들고 수리해 팔던 독일계 유대인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1871년 장사를 하려고 버지니아 시티를 방문했다. 너덜너덜한 광부들의 옷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오른 리바이스는 튼튼한 텐트 천으로 바지를 만들었다. 리바이가 만든 바지는 아무리 험하게 입어도 찢어지지 않아 광부들에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이렇게 청바지가 버지니아 시티에서 탄생했다.

1878년부터는 광물 생산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버지니아 시티는 쇠락해 갔다. 버지니아 시티는 골드러시 시절의 옛모습이 그대로 보존된 마을이다. 당시 이곳은 미국의 성공적 서부 개척의 상징적 사례였으며 미국정부에도 영향력을 미칠 정도였다.

과거의 흔적을 가진 버지니아 시티는 미국 서부개척시대의 생활과 삶을 보여주고 있다. 시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100년 이상 된 당시의 건물들이 카페, 음식점 ,기념품 가게로 변해 길게 이어져 있다.

1860년대에는 100여 군데의 술집과 호텔, 6개의 교회, 4곳의 은행이 있었고 네바다 주 최초의 오페라 하우스, 최초의 소방서, 최초의 성당인 세인트 메리인 마운틴이 지금도 그대로 보존돼 있어 당시 미국 최고의 부촌이었던 이 마을의 규모와 부를 짐작게 한다.

도시도 흥망성쇠가 있어 번성하기도 망하기도 한다. 현재 버지니아 시티는 마을 전체가 국립 역사 경관 지구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다. 매년 2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서부 개척 시대의 흔적을 보기 위해 인구 800명의 버지니아 시티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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