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패딩, 선망하거나 혐오하거나
트렌드 yes or no
"뛰어난 가성비" vs "반짝 인기"
호감 높지만 입을 의사는 적어
'평창패딩'의 인기가 뜨겁다. 평창패딩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기념해 거위털(구스다운)을 충전재로 만든 롱 패딩 점퍼다. 처음 출시된 후 입고일마다 백화점 앞엔 이걸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 북새통을 이룬다.
지금은 대기줄 순번을 놓고 다툼이 벌어질 만큼 핫한 아이템이지만 처음 출시할 때만 해도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지금 같은 품절대란이 일어나기 전 일찌감치 평창패딩을 구입했다는 이현진(34)씨는 "그때는 패딩을 구경하는 사람조차 별로 많지 않았다"고 했다.
인기가 시작된 건 11월 4일 올림픽을 기념해 열린 '2017 드림 콘서트 인 평창' 이후다. 콘서트 엔딩 무대에서 가수 선미와 하니 등 걸그룹 EXID 멤버들이 입고 있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며 화제를 모으고 열흘이 채 지나지 않아 시장에 나와 있는 모든 수량이 다 팔렸다.
힘들게 산 만큼 평창패딩을 손에 넣은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인증샷을 올린다. 이뿐만이 아니다. 롱 패딩이라는 일반명사가 아예 '평창패딩'으로 바뀔 정도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롱 패딩은 주로 운동선수가 즐겨 입어 '운동선수 패딩'이나 '벤치 패딩'으로 불렀다. 연예인이 촬영 전 무대의상 위에 보온용으로 입는다는 의미에서 '연예인 패딩'으로 부르기도 했다. 하지만 올겨울엔 공식 올림픽 기념 제품 외의 다른 브랜드 롱 패딩까지 모두 '평창패딩'이란 이름을 달고 나온다.
평창패딩에 열광하는 이유를 10~60대 한국 성인 남녀 576명(남성 229명, 여성 347명)에게 SM컨텐츠앤커뮤니케이션즈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를 사용해 직접 물어봤다.
일단 응답자 절반 이상이 호감을 표시했다. 응답자 62.5%(360명)가 '좋아 보인다'고 답했다. '좋지 않아 보인다'고 답한 사람은 13.9%(80명)에 그쳤다. 호감의 이유로는 '다른 롱 패딩에 비해 싸기 때문에'란 응답과 '겨울올림픽 기념 한정판이라서'라는 대답이 각각 30%로 가장 많았다. '따뜻해 보여서'(24.7%)라는 이유도 꽤 많은 편이었다. 성별이나 세대별로는 호감도 면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특히 남녀 차이는 없었다. 남녀 각각 응답자의 64.2%(남성), 61.4%(여성)가 평창패딩에 호감을 나타냈다.
세대별로는 동일 세대 응답자 비율이 58~65%대였다. 흥미로운 건 패션에 민감한 젊은 층보다 오히려 연령대가 올라갈수록 미묘하게나마 평창패딩에 호감을 표시한 비중이 점점 더 커진다는 사실이다. 동일 세대 응답자 비율로 볼 때 호감도가 가장 낮은 건 30대(58.6%)였고, 가장 높은 세대는 50대(66.3%)였다. 60대 역시 62.1%의 높은 호감도를 보였다.
세대별로 좋아하는 이유도 달랐다. 20~30대는 겨울올림픽 한정판이라는 점과 저렴한 가격을 매력으로 꼽았지만 50~60대는 '따뜻해 보인다'거나 '멋있어 보인다'는 기능과 디자인에 중점을 둔 의견이 많았다.
이미 롱 패딩을 많이 입어 본 젊은 층은 기존 패딩과 다른 평창패딩만의 장점에 주목하는 반면 평창패딩 소동을 계기로 비로소 패딩의 매력에 새롭게 눈뜬 중장년층은 롱 패딩이라는 겨울 아우터 자체의 장점을 높이 산 셈이다.
호감을 보인 사람이 더 많기는 하지만 비호감도 꽤 있다. '유행이 지나면 못 입을 것 같다'(26.2%)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촌스럽다'거나 '운동선수 같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나온 것 같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요즘 나오는 다른 롱 패딩과 비교했을 때 품질이 뛰어나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트렌드코리아 2018'의 공동저자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평창패딩에 대해 "2018년도 트렌드 키워드로 뽑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에 딱 맞는 상품"이라며 "스페셜 에디션을 손에 넣었다는 심리적 만족감을 느끼게 해 준다"고 분석했다. 최근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성능이 뛰어난 가성비 좋은 상품에 만족하지 못하고 심리적·감성적으로도 만족스러운 상품을 찾는 경향이 있다. 평창패딩은 좋은 품질에 저렴한 가격이라는 가성비 좋은 물건의 조건을 가지고 있으면서 여기에 겨울올림픽 한정판이어서 '특별한 제품'이라는 정서적인 요소까지 결합돼 큰 인기를 끈다는 설명이다.
응답자의 62% 이상이 평창패딩이 좋다고 대답했지만 실제로 사서 입고 싶으냐는 질문에는 42.8%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호감을 표시한 사람 중에 '입을 생각이 없다'고 한 사람이 38%나 됐다.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너무 많이 사서' '한철 패션' '내 스타일과 다르다' 등이었다. 김상영(42)씨는 "좋은 취지에 비교적 싼 가격까지 다 좋지만 올림픽이 지나면 월드컵 때 입었던 '비 더 레즈(Be the Reds)' 빨간 티셔츠처럼 더 이상 입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만현 스타일리스트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좋은 상품이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입다 보니 내 개성을 표현할 수 없는 몰개성 상품이 돼 버렸다"고 평했다.
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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