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유튜브 등 사용자 이용료 오르나
망 사업자가 콘텐트 차단.지연 가능
페북.카톡으로 대용량 주고받을 때
고액 '비디오 요금제' 등장할 수도
앞으로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동영상 플랫폼과 소셜미디어가 유료로 바뀌거나 서비스 품질이 크게 저하될지도 모른다. 최근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기로 결정하면서다.
망 중립성 원칙이란 통신망(네트워크) 사업자(ISP)들이 통신망을 타고 제공되는 서비스와 콘텐트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다. 이동통신사가 거액을 들여 망을 깔지만 이 망을 누구나 사용할 권리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 2015년 버락 오바마 정부는 인터넷망을 공공재로 간주하며 망 중립성 정책을 세웠다.
하지만 올해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지난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기조연설에서 "오바마 정부가 만든 규칙들이 시장에 불확실성을 가져왔고, 불확실성이 성장의 적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인터넷망 사업자들은 망 중립성 원칙에 소송을 제기하며 반발해왔으나 구글, 아마존과 같은 IT 기업들은 이 원칙이 없어지면 인터넷망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전달되는 인터넷 콘텐츠에 대한 게이트키핑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폐지에 반대해왔다.
뉴욕타임스도 망 중립성 원칙이 폐지되면 통신 공룡 AT&T나 최대 케이블TV 업체인 컴캐스트 같은 회사가 특정 사이트나 온라인 서비스 접근에 더 많은 이용료를 부과하고 경쟁업체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FCC 위원장을 지낸 줄리어스 제나초위스키는 "반 차별과 투명성을 위한 망 중립성 원칙은 혁신과 투자의 생태계 조성에 기여해왔으며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됐던 것"이라며 폐지 움직임을 비판했다.
톰 휠러 전 FCC 위원장도 "망 중립성 규제는 이동통신 회사인 버라이존과 같은 회사가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나 슬링TV의 데이터 속도를 저하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망 중립성이 폐지되면 인터넷 업계엔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넷플릭스나 페이스북처럼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 사업자에겐 비용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최근 이 원칙을 폐기하기로 결정했다. FCC는 다음달 14일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안을 최종 표결에 부친다. FCC 위원 대다수가 여권 공화당 인사라는 점에서 폐기안은 이견 없이 통과될 전망이다. 망 중립에 관한 미 정부의 정책은 미국뿐 아니라 한국 등 해외 이통사업자는 물론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게도 영향을 준다.
망 중립성 원칙은 페이스북.넷플릭스.네이버 등 콘텐트를 기반으로 한 각종 멀티플랫폼 기업들이 수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바탕이 됐다.
그러나 망 중립성 원칙이 폐기되면 망 사업자들은 서비스 속도 제어라는 무기를 쥔다. 결국 ISP와 인터넷 서비스 업체 간 수수료 협상은 소비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넷플릭스처럼 많은 트래픽을 써야 하는 사업자들이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ISP들이 합법적으로 자사의 콘텐트를 차단하거나 접속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당장 유튜브.넷플릭스 등은 서비스 요금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유튜브도 프리미엄 유료 서비스가 있다. 페이스북이나 카카오톡 이용자들은 메신저로 사진이나 영상 같은 대용량 파일을 주고받기가 쉽지 않아질 수도 있다. 글만 올리거나 동영상을 보지 않는 '텍스트형' 요금, 고화질 동영상을 많이 보는 이들을 위한 고액의 '비디오형' 요금제가 등장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동영상 플랫폼인 유튜브가 전체 모바일 트래픽의 30%를 차지하는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들이 트래픽을 점령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망 차별' 정책이 오히려 전반적인 통신 인프라 유지.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통신요금 인하 압박을 받고 있는 통신사 입장에서는 사업 확장의 계기가 될 수 있다. 통신과 방송 등 여러 분야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어서다.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이용자들에게 직접적으로 금전적인 부담이 전가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합리적으로 망 사용료를 부과하는 정책이 마련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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