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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던·우즈도 못한 것, 박성현이 해냈다

사상 두 번째 신인이 '올해의 선수상'

박세리 데뷔 때 최고 성적에도 불발
MLB·NBA도 지금까지 각 2명 뿐
LPGA '올해의 선수' 사실상 MVP
성적 좋아야 하지만 운도 따라야


1998년 AP통신이 선정한 남녀 최고 스포츠 스타는 홈런왕 마크 맥과이어(미국)와 여자골프의 박세리(40)였다. 두 선수 모두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맥과이어는 새미 소사와의 치열한 경쟁 끝에 당시 최고기록인 70홈런을 날렸다. 박세리는 신인으로 메이저 2승 포함, 4승을 거뒀다.

박세리는 그해 모든 종목을 통틀어 최고의 여성 선수로 선정됐다. 그러나 LPGA 투어 올해의 선수에 뽑히지는 못했다. 인종차별이나 국적 등의 경기 외적인 요인 때문은 아니었다. LPGA 투어는 계량화된 점수로 올해의 선수를 뽑는다. 메이저 대회 우승 없이 일반 대회에서 네 차례 우승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점수가 더 높았다. 우승 대회의 가치나 파급력 등은 박세리가 훨씬 더 컸지만 규정이 그랬다.

박성현(24)은 올해 LPGA 투어에서 전관왕 석권에 실패했다.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과 레이스 투 CME 글로브 보너스 100만 달러를 놓쳤다. 그러나 유소연과 함께 올해의 선수상을 공동수상했다.

박성현은 시즌 후반 베어트로피에 욕심을 냈다. 이 상을 함께 받았다면 더 좋았을 거다. 그러나 최저타수상 대신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고 생각하면 전혀 서운할 게 없다.

최저타수상은 야구의 타격왕 비슷한 상이다. 상대한 투수, 동료 타자, 홈구장 등에 영향을 받는다. 최고 기록을 내도 실제 활약은 그만큼 대단치 않을 때도 있다. 반면 올해의 선수상은 말 그대로 최고 선수, MVP다.

소렌스탐은 2003년과 2004년 최저타수를 기록하고도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을 받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받지 않았다. 메이저 대회 위주로 일정을 조절한 탓에 참가 대회수가 적었다. 베어트로피 자격이 되는 최소라운드(70라운드 혹은 전체 라운드의 70% 중 적은 것)를 채우지 못했다. 원했다면 충분히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타이거 우즈도 비슷한 이유로 PGA 투어 최저타수상인 바든 트로피를 놓친 경우가 있다. 이 상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박성현·유소연 이전 LPGA 한국 선수 중 올해의 선수상 수상 선수는 박인비(2013년) 뿐이다. 그만큼 귀한 상이다.

운도 필요하다. 본인도 잘 해야 하지만 동시대에 어떤 선수가 있는가도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박성현은 운이 좋았다. 렉시 톰슨은 지난 4월 열린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공을 5cm 정도 옮겼다가 4벌타를 받고 우승을 놓쳤다. 톰슨은 20일 끝난 최종전 마지막 홀에서 50cm 파 퍼트를 넣지 못하면서 올해의 선수상 트로피를 날렸다. 그러면서 박성현과 유소연이 공동 수상을 하게 됐다.

박성현의 올해의 선수상이 더 소중한 것은 신인으로 이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낸시 로페스 이후 39년 만에 나온 것이라서 만은 아니다. 스포츠 전체를 통틀어서도 희귀하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골프 황제 우즈도 신인일 때 올해의 선수가 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선 프레드 린(1975), 스즈키 이치로(2001), 농구에선 윌트 챔벌레인(1960)과 웨스 언셀드(1968) 뿐이다.

골프 빅리그(PGA투어, LPGA 투어)에서 신인이 올해의 선수가 된 인물은 로페스 딱 한 명 뿐이었다. 소렌스탐도 잭 니클러스도, 아널드 파머도, 벤 호건도 못했다.

박세리는 19년 전 신인으로 올해의 선수상 기회를 잡았다가 아쉽게 놓쳤다. 로페스 이후 가장 신인 올해의 선수에 가까웠다. 소렌스탐·카리 웹·로레나 오초아와 함께 선수생활을 한 박세리의 가장 아까운 올해의 선수상 기회이기도 했다. 박성현이 언니 대신 이룬 셈이어서 더욱 반갑다.


성호준 골프팀장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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