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온 한국 국적자 85명 조지아서 무더기 입국 거부
19일 애틀랜타 공항서 24시간만에 한국행
세관국경보호국 "무비자와 방문 목적 달라"
현지 총영사관 하루 뒤에야 사태 파악 나서
노약자를 포함한 한국 국적자들이 만 24시간 동안 발이 묶인 채로 대기하는 동안 한국 외교부의 재외공관인 애틀랜타 총영사관(총영사 김성진)은 입국 거부 하루 만인 20일까지 사실상 손을 놓고 있던 것으로 알려져 외교부의 미온적인 대응이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세관국경보호국(CBP)은 "19일 애틀랜타 공항을 통해 입국하려던 한국 국적자 85명의 입국을 거부했다"고 20일 밝혔다. CBP 밥 브리즐리 대변인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확인했으나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며 입국 거부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20일 사태 파악을 위해 공항에서 CBP측과 면담한 애틀랜타 총영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거부된 방문자들은 전자 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입국을 시도했으나, 관광 목적의 무비자 방문과 실제 입국 목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입국을 거부당했다.
이 관계자는 "당사자들이 한국에 도착하는대로 연락을 취해 애틀랜타에서 부당한 대우를 당하지는 않았는지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CBP의 브리즐리 대변인은 "정식 비자를 가졌다는 것은 입국을 보장받는 게 아니라 미국 공항에서 CBP 요원으로부터 입국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은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본지 취재 결과, 입국 거부된 85명의 한국 국적자들은 상당수가 노인들로, 한국 여행사를 통해 애틀랜타행 항공기에 몸을 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36명은 지난 19일(한국시간) 오전 11시 55분 대한항공 KE035편으로 인천을 출발, 19일 오전 9시10분(미국 동부시간)께 하츠필드 공항에 도착했다. 또 항공업계에 따르면 나머지 49명은 델타항공의 인천-애틀랜타 직항노선인 DL26편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국 거부된 한국 국적자들은 하츠필드 국제공항내 특정 장소에서 24시간 동안 머무른 것으로 확인됐다. 브리즐리 대변인은 "입국이 불허된 이들에게는 음식과 편의 시설이 제공됐고, 항공사들과 협의해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편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입국이 거부된 한국국적자 36명은 20일 대한항공 직항노선을 이용해 본국으로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다. 또 델타항공 편으로 입국한 것으로 알려진 49명의 한국 국적자들은 직항노선이 없어 디트로이트와 시애틀을 경유하는 항공편으로 한국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본지는 델타항공 측에 한국 국적자의 정확한 소재 확인을 요청했으나 "CBP 측에 관련 정보를 요청하라"는 응답이 돌아왔다.
초유의 무더기 한국 국적자 입국 거부 사태는 최근 수년 간 처음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한 두 명이 입국을 거절당한 사례는 있어도, 이렇게 수십 명이 한꺼번에 입국이 불허되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업계 관계자들과 한인사회에서는 외교부 차원에서 한국 교민과 한국 국적자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애틀랜타 항공업계의 한 한인 관계자는 "이 정도 사안이라면 당일 애틀랜타 총영사관과 연락이 취해졌어야 한다고 본다. 한국 교민과 한국 국적자 보호가 총영사관 본연의 업무인데, 수 십여 명이 한꺼번에 입국을 거절당해 본국으로 송환되는 상황에서 외교부의 어떤 대처나 대응도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분명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미교통안전청(TSA)이 테러 등을 예방하기 위한 보안강화규정을 내놓은 상황에서 재외공관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교민 보호를 위한 비상연락망이나 인프라를 전혀 구축하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래서야 누가 미국에 들어오려고 할까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애틀랜타 총영사관은 한국 국적자들의 입국 거부 사태 하루만인 20일이 되어서야 진상을 파악, 수습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총영사관 관계자가 공항을 찾았을 당시 대부분의 입국 거부자들은 돌아갔거나 본국 송환 항공기에 탑승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본지는 애틀랜타 총영사관의 사태 파악 및 대응과 관련한 설명을 듣기 위해 김성진 애틀랜타 총영사와 연락을 시도했으나 끝내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애틀랜타 = 권순우·조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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