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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우상과 이성'

김종훈 / 경제부장

1977년, 리영희 교수의 책 '우상과 이성'이 나왔다. 40년이 지났다. '우상과 이성'은 이에 앞선 그의 책 '전환시대의 논리'와 함께 한국 젊은이들의 머리를 '쇠망치'로 내려치며 일깨웠다.

'우상과 이성'의 머리말에 그는 이렇게 썼다.

"나의 글을 쓰는 유일한 목적은 진실을 추구하는 오직 그것에서 시작되고 그것에서 그친다. 진실은 한 사람의 소유일 수 없고 이웃과 나눠져야 할 생명인 까닭에 그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 했다. 그것은 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행위이다. 그것은 언제나 어디서나 고통을 무릅써야 했다. 지금까지도 그렇고 영원히 그러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괴로움 없이 인간의 해방과 발전, 사회의 진보는 있을 수 없다. 책의 이름을 일컬어 '우상과 이성'이라고 한 이유이다."

'우상'이길 원했던 군사독재 정권은 사람들이 책을 못 읽게 막았고, 그는 2년간 감옥에 갇혔다. 그는 일하던 언론사와 대학에서 네 번 해직됐고, 모두 5차례 구속됐다.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의 짓이었다. 그는 2000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편치 않은 몸으로도 나라를 걱정했다. "내 책이 한 권도 팔리지 않아 인세가 0원이 되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우상'은 사라지고 '이성'이 살아 숨 쉬기에 그의 책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사회를 꿈꿨다. 하지만 2010년 그런 사회를 맞지 못한 채 그는 숨을 거뒀다.

2017년도 지나가고 있다. '우상'의 힘은 아직도 세다. 그래서 그의 책을 다시 찾는다. '우상'은 곳곳에서 살아 날뛰고 있다. 온갖 파렴치한 짓을 저지른 탄핵된 대통령을 아직도 그리워하고, 정부의 돈.기관을 자기 것처럼 주무른 의혹이 있는 지난 대통령을 조사하지 말고 가만히 두라고 한다. '우상'의 힘은 정치색을 가리지 않는다. 이른바 '~빠'라고 자신을 부르거나, 불릴 수 밖에 없는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우상'을 세우고 싶어 한다. '~빠'는 세 종류가 있다고 한다. 자신이 '~빠'라고 자랑스럽게 여기거나, '~빠'이지만 절대로 아니라고 부인하거나, 아니면 '~빠'이지만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이성'이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다. '이성'이 있다면 '우상'을 섬기는 것과 별 다름이 없는 '~빠'는 그만해야 한다.

탄핵 당한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아우성을 치는 사람들이나, 이번에는 반드시 우리가 뽑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고 주먹을 불끈 쥐는 사람들은 서로 다른 '우상'을 섬기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이 지켜줘야 할 사람이 아니다.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 할 의무를 안고 선출.고용된 사람이다. '우상'을 섬기는 두 세력이 사회를 이끌면 '이성'은 숨이 막힌다.

미국도 크게 다르지 않다. 너무도 오랜 기간 정치를 독점해온 공화.민주 양당은 점점 더 '우상'이 돼가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보다 뛰어난 '우상화 전략'을 펼친 후보가 승리했다. 이기거나 진 쪽 모두 파행과 비리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최근 알려진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민주당의 뒷거래는 거대 정당들이 벌이는 더러운 '돈 잔치' 선거의 흉측한 얼굴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클린턴 후보가 후원금을 모아서 일정 부분 민주당에 보태주는 대신 정당을 쥐고 흔들 권력을 가졌다. 공화당은 대놓고 부자들 돈으로 선거를 한다. 민주당은 아닌 척을 하지만 큰 차이가 없다. 그래서 부자들 돈을 끌어 모을 수 있는 클린턴 후보에게 휘둘렸다. 결국 예비선거에서 중립을 지켜야 할 정당 조직이 클린턴 편만 들었고, 본선거에서 참담하게 졌다. '공화당 아니면 민주당'이라는 미국 정치의 공식이 깨져야 한다. 한국과 미국에서 거대 정당이 독식하는 '우상 정치'는 선거법 개혁으로 허물어 뜨려야 한다. 그래야 정치에서 '이성'과 '희망'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우상' 중 하나는 한반도 북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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