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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bad apple이 아니예요” 기억에도 없는 ‘본국’으로 추방…아담 크렙서의 제도를 향한 절규

특별기획 : 한미간 해외입양 65년 <1> 법의 사각지대에 버려지는 입양아들
이경은 고려대학교 인권센터 연구교수

한국 출신 미국 입양인 아담 크랩서의 추방과정은 전세계 미디어를 통해 중계되다시피 하였다. 37년간 살아온 입양된 국가에서 추방된다는 믿기 힘든 사연이었기 때문이다. 1970년대 한국 땅에 태어났지만, 고아원에 맡겨지고 홀트로 옮겨지고 다시 미국의 입양기관으로 넘겨졌다. 그를 미국으로 이주시킨 부부는 아담의 입양을 거부하였고, 어린 아담은 아동복지국에 맡겨졌다. 하드 케이스인 아담을 입양하겠다고 데려간 크랩서 부부는 그를 양육하는 대가로 미국정부로부터 돈을 받으면서도 입에 담기조차 고통스러운 성적, 신체적 학대를 가했다.

16세에 버려진 아담은 아동복지 시설로 길거리로 전전하면서도 살아남았다. 자신의 가정을 꾸리고 아이도 낳았다. 미국에서의 삶이 힘들었더라도 이 나라는 그의 정체성의 근간이었고, 가정과 자녀들이 있는 삶의 터전이라는 점은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인생 여정은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은 ‘본국’으로 추방한다는 미국 연방법원의 판결에까지 이르게 했다. 입양 실패는 그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러나 시민권조차 없이 방치된 결과는 오로지 그가 감당할 몫이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그를 버린 한국의 국적은 그 긴 세월 동안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있었고, 그를 추방하는 근거가 되었다.

추방은 외국인들을 본국으로 강제로 되돌려 보내는 제도이다. 국제입양인에게 추방은 본국으로 추방이 아니라, 외국으로 추방이다. 범죄를 저질렀더라도, 죄값을 치르고 나면 사회로 복귀할 기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아담에게는 이 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한미 양국은 아담을 태어난 가정에서 분리시켰고, 가정의 보호 없이 방치하였다. 그가 스스로 만든 가정과 사랑하는 아이들로부터 또 다시 강제로 분리시켰다. 한국에 추방된 지 11개월, 역시 사회적 배제와 편견에 맞닥뜨렸다. 언어도 문화도 생경한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쟁의 연속이다. 왜 한국 사람이 한국말도 못하느냐는 편견 속에서 매일 매일 지낸다.

미국의 추방재판 과정에서 자신의 입양과정을 되짚어 가면서 얼마나 비인도적인 처사가 있었는지 알았다. 그는 피를 토하듯 말한다. “저는 bad apple이 아니예요. 한국이나 미국이나 왜 저를 치워버리려고만 하죠?“ 그렇다. 그는 예기치 못한 사고의 희생자이거나, 꺼내야 할 썩은 사과가 아니다. 한국과 미국이 공조한 허술하고 인권침해적인 아동입양제도의 피해자 중 한 명일 뿐이다. 이런 제도에서는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결과이다. 이 위험은 여전히 도사리고 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잠재적 추방대상자들인지 조차 모른다.

입양인이 시민권이 없이 미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한국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미국인들은 자국의 복잡한 이민제도를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 상황을 가장 잘 이해하는 커뮤니티는 그 경계에 속하는 한인 이민자들이다. UN 등 국제기구와 해외 학자들은 한국이 왜 65년 동안 해외입양 송출국을 벗어나지 못하는지 의아해 한다. 한국 학자들의 관련 연구는 희박하다.

모두가 눈감고 귀 닫고 긴 세월 동안 외면해 왔다. 그러는 동안 20만 명의 아기들이 홀홀단신 수천킬로를 날아 외국으로 나갔다. 이중 15만 명은 미국으로 입양되었다고 추정된다. 이들 중 10% 이상이 시민권이 없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한인 사회에서 굳은 의지를 가진다면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글을 계속 이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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