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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낙엽 따라 보내리라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여명이 들자마자 해가 얼굴을 내밀어 헐벗어 가는 가지마다 옷을 입힌다. 햇살에 놀랐는지 단풍처럼 가지 끝에 매달린 감이 흔들지도 않았는데 저 혼자 떨어져 내렸다. 익으면 아래로 향하는 것이 열매이듯 사람도 익으면 낮은 곳을 향한다. 언뜻 중력은 보이지 않는 마음도 두루 끌어내리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떨어지고 내려와야 하는데도 익으려고도 하지 않는 열매도 있다. 낮은 곳보다는 위에서 내려보기를 좋아하는 열매들이고, 아무리 배워도 진리에 이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제아무리 성경을 읽고 기도를 해도 모두 훈장으로 옷에 달아 놓을 뿐, 겸손과 사랑은 익어가지 않는다. 그 마음이 자기만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연녹색 아기 감이 주황색으로 물들어 어른 감이 되어 가는 소리는 귀에 잘 들리지 않듯, 사람이 깊어가는 소리도 듣기 어려운 법이다. 아기가 커가는 소리, 지혜가 자라는 소리, 마음이 넓어지는 소리는 귀가 아닌 마음으로 듣는다. 엄마의 사랑이 아기의 소리를 듣고 지혜를 사랑하는 마음이 지혜의 속삭임을 듣기 때문이다.

그런데 분명히 들어야 할 소리를 듣지 못할 때가 있다. 좁은 길로 걸어가는 발걸음 소리, 하나님의 영광이 아니라면 아무리 괜찮아 보이는 일도 포기하라는 소리, 형제의 아픔을 안타까워하는 한숨소리, 양심과 상식이 외치는 소리들. 이들이 들리지 않는 이유는 바로 마음에 웅크린 탐욕 때문이다.

하나님의 자녀는 탐욕이 회심하여 사랑이 되고 불의가 회개하여 정의가 되는 새로운 피조물이다. 자라고 열매를 맺고 떨어지고 또 자라는 생명이다. 열매가 익을 때면 그 잎들도 떠날 채비를 한다. 바람이 가지를 스쳐 내려오면 낙엽도 바람 따라 내려온다. 지나간 화창한 봄날이, 뜨거운 여름이 함께 따라온다. 하지만, 가을을 또 이리 보내면 떨어진 낙엽만 구를 것 같다. 아, 그 낙엽 따라 탐욕도 거짓도 교만도 함께 보낼 수 없는지….

가을밤 시골집 쪽마루에 앉아 쏟아지는 별들을 눈에 담으며 닻별을 찾다 보면 고요 속에 귀뚜라미 소리가 마당을 넘어 동네 길을 지나 멀리 산 밑까지 차 흐른다. 자기 사랑과 탐욕이 고요할수록 우리는 천지 만물을 충만하게 하시는 이의 세미한 음성을 듣는다. 우리가 손에 잡고 있는 그 많은 소유, 사역들과 십자가를 걸어 놓은 건물조차도 시들어 사라질 것이다.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드나 오직 주님의 말씀은 영영히 서리라.

sunghan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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