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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창현의 시가 있는 벤치] 악수(握手)

악수(握手)

임창현

우리 꼭 악수를 해야만 할까

그래,
그냥 그렇게 모른 척 스치며 사세
어차피 서로 속마음 붙잡지 못할 것을.

너, 나, 따로 가는 길
굳이 연 있는 양
붙들 것도 없지.

그래,
그렁그렁 눈물 같은 세상, 그렇게
감추며 흘리며 사는 세상

떨어져, 떨어져서
모른 척 사세

그래,
다시 속마음 내 놓고
눈물 젖은 두 손
서로 잡고 싶을 때까지.

세상 살다 보면 좋은 사람, 싫은 사람, 잘도 만나고 잘도 헤어진다. 때마다 아무 이유 없이 그저 하는 게 악수다. 죽도록 진 빚쟁이나 원수가 아닌 바에야 그저 맥없이 한 번쯤 붙잡고 흔드는 게 악수다. 남자의 세계다.

원래는 내 손에 해칠 무기가 없고 그럴 의사도 없다는 표시였다. 그러나 악수하는 그 손 마음속에는 증오도 미움도 숨어있을 수 있다. 마음 악수 없는 손 악수, 숨쉬기 같은 정치인들의 악수, 그게 참 악수이던가. 악마와 손잡아도 악수는 악수다. 그건 남자들의 순수한 거짓말이다. 그것이 인간의 악수다. 동물의 세계에는 없는 악수다.

웃음 속에 칼이 있듯, 그런 웃음 같은 악수도 있다. 따지고 보면 그냥 모른 척 스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는, 그런 악수도 있다. 어차피 마음속 정으로는 붙잡지도, 그러고 싶지도 않은 것을 그저 맥없이 붙잡는 것이다. 돈 드는 일 아니니 그저 붙잡아주는 것인지.

마음 떨어져 사는 사람끼리는 굳이 악수란 걸 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이럴 땐 가벼운 미소나 한 잎 날려주고, 손 반쯤 들어 보여주면 더는 악의 없는, 서로의 아름다운 보시(普施) 아닐까?

임창현/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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