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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서 쉬지"…배려의 말도 소송 빌미

'임신부 차별' 조사 강화
내년부터 가주법도 변경

임신한 직원에 대한 한인 고용주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 한인이 운영하는 유명 화훼농장이 종업원을 상대로 "임신하지 말라"는 말 한마디를 했다가 거액의 합의금을 물게 됐다는 소식이 한인업체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본지 11월8일자 a-1면>

특히 연방정부 차원에서 일터에서의 차별 관련 조사가 강화되는 추세인데다 내년부터는 가주에서 새로운 출산휴가법이 시행되기 때문에 한인 업체들이 정확한 규정을 인지해야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연방평등고용기회위원회(EEOC)는 최근 차별 관련 피해 신고 접수 및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EEOC 노수정 검사는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조사가 가능한 사례인지 검토를 거쳐 팀을 구성해 본격적으로 수사를 하게 되는데 요즘 단속을 강화하는 추세"라며 "영어를 못하는 한인이라도 EEOC에 신고를 하면 자체 통역 서비스를 통해 얼마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피해를 입었을 경우 주저하지 말고 연락을 달라"고 말했다.

실제 EEOC의 내부 통계를 보면 임산부 관련 차별 케이스에 대한 해결 사례는 2014년(3221건), 2015년(3439건), 2016년(3762건) 등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EEOC가 직장 내 임신 및 출산과 관련한 차별적 행태를 뿌리 뽑는데 중점을 두고 있는 셈이다.

특히 한인 법조계 관계자들은 "직원의 임신 또는 출산에 대해 한국식 사고방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뿐 아니라 심지어 임신한 직원을 위한 배려조차 자칫 소송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어서다. 이는 법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한인 특유의 '정(情)' 문화를 바탕으로 한 사고방식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고용법 전문 김해원 변호사는 "만약 고용주가 임신한 종업원을 배려한다며 '집에 가서 쉬어라' '근무시간을 줄여주겠다' '임신했는데 이렇게 힘든 일을 어떻게 해' 등의 말을 했다 해도 직원 입장에선 임신으로 인한 차별로 볼 수 있다"며 "당사자가 먼저 쉬겠다거나 시간 조정을 요청하기 전에는 그냥 놔둬야 한다"고 전했다.

게다가 가주에서 50명 이상 업체에만 시행 중인 무급 출산 휴가 제공 규정이 내년 1월1일부터는 20~49명 사업체까지 확대된다. 이에 따라 ▶신생아가 태어나면 1년 내로 부모가 무급 휴가를 신청할 경우 12주까지 시간을 보낼 수 있고 ▶복귀시 출산 휴가 전과 같은 위치로 복귀를 보장해야 하며 ▶출산휴가 권리를 행사하는 직원에게 고용주가 이를 차별하거나 제한할 수 없게 된다.

실제 지난 2015년 '21세기 폭스(21st Century Fox)'사에서 회계 담당으로 근무했던 한인 브라이언 전씨는 "회사가 출산휴가 제공 규정을 지키지 않았다"며 소송을 제기했었다. 당시 전씨는 출산 3개월 후 산후 우울증을 겪는 아내를 돌보기 위해 회사에 무급 휴가 신청을 했으나 복귀 후 보복성 해고를 당한 바 있다.


장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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