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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현 "가문의 영광"…유럽에도 골프 명가 'PARK'

세계 1위 올라 ‘박씨 여제’ 계승
LPGA 명예의 전당 한국인 2명
세리·인비 모두 박씨 가문의 딸

19세기 스코틀랜드 휩쓴 ‘PARK’
디오픈 초대 챔피언 윌리 파크
동생·아들 합쳐 7차례나 우승


박성현(24)은 지난 6일 여자 골프 세계 랭킹 1위에 오르자 “가문의 영광”이라고 했다. 돌아보면 박씨 선수들이 골프를 잘 쳤다. 명예의 전당에 들어간 한국 선수는 박세리(40)와 박인비(29) 둘 뿐이다. 박지은(38)도 한 때 ‘골프 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유일하게 두려워한 선수였다. 박성현과 박인비·박지은은 성씨 ‘박’을 영문으로 ‘PARK(박세리는 PAK)’으로 쓴다.

‘골프의 고향’ 스코틀랜드에서도 ‘PARK’ 씨 가문이 최고 명문가 중 하나다. 1860년 처음 열렸던 골프 대회인 ‘디오픈 챔피언십’ 우승자가 윌리 파크(PARK)다. 그는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위성도시인 머셀버러에서 잔뼈가 굵은 프로다.

윌리 파크는 경쟁자들과 비교할 수 없는 장타를 치면서도 퍼트 능력까지 빼어났다. 공격적으로 경기했다. 여기까진 박성현과 비슷하다. 성격은 달랐다. 서부영화 속 악당처럼 거칠었다. 그는 “골프를 재미로 한 적이 없다. 상대를 박살내려고 스윙을 한다”고 말하곤 했다. 젊어서는 ‘도장깨기’와 비슷한 원정대결도 했다. 골프 라이벌 도시인 세인트앤드루스의 최고수 앨런 로버트슨에게 도전했다. 노련한 로버트슨은 젊고 강한 도전자 파크의 제안을 깔아뭉갰다.

그러자 윌리 파크는 공개 대결을 제안하는 신문 광고를 냈다. 그래도 응답이 없자 세인트앤드루스로 찾아갔다. 로버트슨의 골프 용품 가게 앞에서 샷을 하며 무력시위를 했다. 동네사람들은 두려워 떨었다. 윌리 파크의 샷이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총소리가 났다’고 전해진다.

그래도 로버트슨은 직접 나서지 않았다. 자신의 제자인 모리스 형제를 이기면 상대해 주겠다고 했다. 그가 내보낸 조지 모리스와 톰 모리스는 스승을 대신해 나갔다가 윌리 파크에게 차례로 대패를 당했다. 로버트슨은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윌리 파크와 상대하지 않았다. 대신 모리스 형제와 그의 아들의 복수, 파크 가문의 재복수로 이어졌다. 초창기 골프는 모리스 가문과 파크 가문의 대결 구도였고, 첫 공식 골프 대회인 디 오픈 챔피언십이 탄생한 배경이 된다.

윌리 파크는 1860년 첫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63년, 66년, 75년에도 정상에 올랐다. 그의 동생 멍고 파크는 오랫동안 어부로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갔다가 불쑥 고향으로 돌아와 1874년 대회에서 우승했다. 윌리 파크의 아들인 파크 주니어는 1887년과 89년 우승자다. 세 사람이 합쳐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7차례 우승했다.

파크 가문 중 윌리 파크와 파크 주니어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갔다. 윌리 파크 주니어는 골프 실력도 뛰어났지만 처음으로 골프 레슨 책을 냈고 미국 시카고 올림피아 필즈 등을 설계하면서 코스 설계의 기초를 닦은 인물로 꼽힌다. 그러나 멍고 파크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가지 못했다. 활동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았다.

박세리와 박인비의 명예의 전당 입회는 대단한 업적이다. LPGA 투어의 명예의 전당 문턱이 무척 높기 때문이다. 남들은 평생 한 번도 하기 어려운 다승 시즌을 5년 넘게 계속해야 한다. 21세기 들어 명예의 전당에 간 선수는 소렌스탐, 카리 웹(호주), 박세리, 박인비 뿐이다. 로레나 오초아(멕시코)는 10년을 채우지 못해 LPGA 명예의 전당에 가지 못했다.

박성현의 랭킹 1위 등극을 축하한다. 그러나 이는 이정표일 뿐이다. 이제 시작이고 갈 길은 많이 남았다. 올해 같은 성공적인 시즌을 몇 년씩 해내야 명예의 전당에 다가갈 수 있다. 지금은 오히려 루키로서 신발 끈을 질끈 묶어야 할 시간이다. 박성현은 “랭킹 때문에 아무 것도 변하지는 않을 것이며 앞으로의 플레이가 1위로 올라섰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성현의 이 말이 아주 반갑다.

명예의 전당에는 선수들의 얼굴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박성현이 박세리·박인비와 함께 스코틀랜드의 PARK를 능가하는 최고 가문의 영광을 이루기를 바란다.


성호준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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