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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교회 개혁 500주년의 의미

올 한 해 동안 기독교 종교개혁 500주년이라고 해서 개신교회는 다양한 행사를 통해 그 의미를 기념하고 있다. 정확하게는 교회 개혁이라고 해야 한다. 그 내용을 보면 반성과 회한을 담고 있고, 교회의 사명을 확인하고 회복할 수 있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그러나 기념만 해서는 안될 것 같다. 오늘날 교회가 세상을 이끌지 못하고 오히려 지적을 당하는 현실에서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교회 개혁을 기념하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1517년 로마 가톨릭교회가 교회답지 못한 것을 보고 마틴 루터 사제는 권력을 가지고 세속의 길을 가고 있는 교회 앞에 정신 차리라고 혁명의 메시지를 던진다. 이것은 목숨을 건 행동이었고, 루터의 교회 혁명으로 개신교회가 탄생하였다. 사실 종교 개혁의 시작은 예수로부터 찾을 수 있다. 예수께서 십자가에 자신의 생명을 바치지 않았다면 왜곡된 종교로부터의 해방은 없었을 것이다. 교회 역사를 보면 욕심을 부리고 권력을 가지고 돈을 축적하면 반드시 타락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겸손하게 이웃을 섬기고 사랑을 나누면 그곳에 평화가 이루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일은 지금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 않은가?

중세교회는 절대권력으로 무지한 민중을 지배했다. 그리하여 사랑과 겸손으로 이웃을 섬기라는 성서의 가르침을 잃어버렸다. 스스로 교만과 탐욕에 침몰해 버린 것이다. 민중은 교회를 통해서 하느님을 만날 수 없었고, 희망의 복음을 들을 수 없었다. 이런 암울한 시기에도 희망의 불꽃은 교회에 살아있었다. 교회의 세속화를 보고 일단의 사람들은 예수의 정신을 되찾고 교회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 신앙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세속화된 교회 안에서 영성 회복과 믿음의 본질을 찾기 위한 운동이 수도 공동체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이것이 교회를 깨우는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교회가 예수를 따르는 공동체를 보고 배우게 된 것이다. 따라서 개혁운동은 루터 이전에도 교회 안에서 지속해서 있었다.

사실 교회는 완전하지 않고 불안하다. 그래서 항상 신앙의 근본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교회는 사람이다. 교회는 그 시대의 자화상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를 그대로 비추어 준다. 구교, 신교를 비교하며 비난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모든 교회는 같은 길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교회는 시대를 앞서보고 사람들에게 희망을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하고, 잘못된 세상에 대해서 진리와 정의를 말해 주어야 한다.그리고 시대적 불안을 거두고 모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삶으로 인도해 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교회는 항상 개혁되고 변화하여 세상에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 시대의 어려움과 세대의 고난을 함께 짊어지고 새 하늘과 새 땅을 향해서 나아가는 교회를 사람들은 원한다. 이 시대 사람들이 왜 교회를 외면하는지를 깨달아 변화하는 교회가 된다면, 그것이 루터가 원하던 진정한 교회개혁이 아닐까?

이완홍 신부/메릴랜드 성공회 성요한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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