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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일상 속의 불심

양은철 교무 / 원불교 LA교당

대표적인 불교국가인 미얀마를 견학할 기회가 있었다. 미국이라는 물리적 거리와 근무지 여건 때문에 참가가 불투명했었는데, 주위 분들의 배려로 모처럼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최근 초기불교교리에 관심과 모처럼 동지들과 함께 한다는 생각에 기대와 설렘을 동시에 안고 미얀마로 향했다.

수많은 파고다(탑과 같이 여러 층으로 높이 지은 불교 사원)와 그 안을 채우고 있던 불상의 웅장함과 화려함을 보며, 당시 성행했을 불교의 위상과 그들의 정신세계를 어렴풋이 나마 추측해 볼 수 있었고, 차 안이나 공원, 길거리는 물론이고, 공항이나 관공서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불상과 법문들, 그리고 이를 대하는 모든 이들의 자연스러운 공경심 등 '일상 속의 불심'이 불법을 공부하는 필자에게는 부러움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왔다. 단, 이런 지극한 신앙심이 현실생활에서 좀 더 구체화되지 못한 모습은 다소 아쉬웠다.

짧은 일정 때문에 주로 이용했던 공항도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했다. 한 번은 경로변경으로 5시간 이상 연착하게 되어 동남아에서 유행하는 세팍타크로(한국의 족구와 비슷한 게임)를 하며 시간을 보낸 적이 있는데, 여유롭게 기다리는 현지인들을 보며, "과연 무엇 때문에 우리는 늘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10분, 20분 늦으면 큰일이나 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가"라고 생각했었다.

시간을 어기는 것이 좋다는 뜻은 아니지만, 생산할수록 궁핍함을 느끼고,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바빠지는 문명의 허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현지 경험이 있는 동기 교무에게 배운 미얀마어인 "밍글라바(안녕하세요)"를 되뇌며 첫날 호텔에 들어섰다. 종업원으로 보이는 분들에게, "밍글라바"라고 당당히 인사를 건넸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현지어가 아닌, "안녕하세요"였다. 미얀마의 많은 곳, 특히 관광지에서는 인사뿐만 아니라 간단한 한국어도 통한다는 사실을 아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순히 경제력과 한류만으로 국운 운운하는 것이 과한 줄 모르지 않지만, 동남아 외진 국가에서 쉽게 들을 수 있었던 "안녕하세요"는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준 선배님들에 대한 감사와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했고, 이 나라가 '어변성룡(魚變成龍)'하리라 하신 스승님들의 법문도 떠올리게 했다.

여행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객관화를 통한 자아성찰이라고 생각한다. 여행 내내 염두에 둔 것은 출가수행자로서 나의 모습이었다. 불교의 초기 모습이 잘 보존되어 있는 미얀마를 돌아보며, 또 정성스럽게 수행에 정진하는 여러 스님을 만나면서, 과연 불법의 핵심 가르침은 무엇이며, 세계의 주법(主法)이 된다 하신 불법을 어떻게 물질문명의 폐해와 경쟁이 치성한 현대사회에 적용시킬 것인가.

단지 나이가 조금 많다는 이유만으로 여행 내내 배려를 아끼지 않은 후배 교무님들, 특히 공부하느라 바쁜 와중에도 일정을 꼼꼼히 챙겨준 동기 교무에게 다시 한 번 고마움을 전한다.

drongiand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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