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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슬쩍 찔러' 노벨상을 타다

박재욱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법사

'가까이, 가까이, 더 가까이.'

'한 발짝만 앞으로! 적극적인 자세가 당신의 인생을 바꾼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

'아름다운 사람이 머물다간 자리는 참으로 아름답다.'



한때, 한국 고속도로휴게소 남자화장실의 소변기 위에는, 이처럼 어르고 달래는 글귀가 담긴 스티커가 즐비하게 붙어 있었다. 진자리, 버캐가 오죽했으면….

그럼에도, 하루에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머물다간 그 자리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항 측도 남자화장실 청결문제로 골머리를 앓다 궁리 끝에, 소변기 안쪽에 파리모형의 스티커를 하나씩 붙여 두었다고 한다.

그곳에는 파리를 정조준해서 쏘라는 권고나 어떠한 읍소형 스티커도 붙여놓지 않았다.

아무튼 소변기 앞에선 사수들은 동물적 감각이 본능적으로 작동하면서, 사냥감을 겨냥해 거침없는 사격을 가했다. 연이은 사격에도 꿈쩍 않는 사냥감에 약이 오른 사수들은, 온몸을 부르르 떨며 쥐어짜 물고를 내려했다. 그러나 실탄만 소진되고 사냥감은 그곳에 여전한데, 결과는 놀라웠다.

예전에 비해 밖으로 튀어나온 소변의 파편 양이 무려 80%가량이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제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강제(채찍)도 아니며, 그렇다고 권고나 그동안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었던 인센티브(당근)와 같은 유인책도 아니라고 한다.

그 경이로운 무기는 어떤 강제나 유인책 없이도 사람의 행동을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변화시킨다는 '넛지(Nudge)'이다. 위에서 언급한 모형파리 스티커는 넛지의 좋은 예화이다.

사람들의 주의환기를 위해 팔꿈치로 '슬쩍 찌른다'는 의미인 넛지는, '부드러운 개입을 통해 타인의 똑똑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설계(choice architect)의 힘'을 뜻하는 행동경제학의 핵심용어가 되었다.

나아가 그 분야학자들은 '넛지는 선택에 부드럽게 간섭은 하지만, 여전히 개인에게 선택의 자유가 열려있는 자유주의적 간섭을 의미한다'고도 했다.

앞서 보았듯, 부드럽지만 넛지의 힘은 강력하다.

무한경쟁,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라는 거칠고 팽팽한 작금의 세상은, 머잖아 '부드러운 힘'이 지배하는 넛지의 시대로 전환되리라는 전망이다.

행동경제학 초기연구자로 베스트셀러 '넛지'(2008년 출간)의 공동 저자이며, 인간심리와 경제의 상관관계를 밝힌 리처드 세일러 교수(72ㆍ시카고대학)가 2017년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스웨덴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선정이유를 "경제학과 심리작용을 이해하는데 공헌했으며, 행동경제학 안내자로서 대중화작업에 크게 기여한 공로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여한다"고 밝혔다.

팔꿈치로 '슬쩍 찔러' 어마한 상을 타게 된 것이다.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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