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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다시 읽는 걸리버 여행기

『걸리버 여행기』는 네 편으로 되어있다. 1부 소인국을 시작으로 2부 거인국, 3부 하늘을 나는 섬 라푸타, 마지막 4부 휴이넘의 나라이다.

소인국과 거인국을 떼어 각색한 것으로 원작자인 조나단 스위프트가 1726년경에 발표했을 때는 당시 영국의 사회적 군상들을 풍자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4부 휴이넘은 신랄한 풍자로 신성모독 딱지가 붙어 오랫동안 대중에게 공개되지 못한 금서였다.

우선 소인국과 거인국에서 당시 영국이 겪고 있는 사회상을 아주 작은 소인국과 터무니없이 큰 거인국에 견주어 그들이 하는 전쟁이나 시비가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가를, 또한 공들인 식민수탈정치가 얼마나 부도덕한지를 풍자하고 있었다.

『걸리버 여행기』 다시 읽기의 백미는 제4부이다. 성년의 걸리버 여행기로 알려진 휴이넘의 나라를 살펴보면 우선 설정부터 불편하다. 네 번째로 배가 난파해 도착한 곳은 다름 아닌 말이 사회의 주인인 『휴이넘의 나라』였다. 야후라고 불리는 미개한 인간을 지배하는 미려하고 건장한 말을 닮은 휴이넘이 통치하는 곳이다. 그들은 사회의 주인으로 매우 이성적이고, 책임감과 청결함, 특히 언어능력이 있어 반목이나 불화는 없었다.



반면 인간 형상을 한 야후는 이성적이지 않았고, 언어능력 없어 외마디 괴성만을 지를 뿐 탐욕스러워 늘 음식을 놓고 동료와 싸우고, 불결하며 적대적이고, 야만스럽기 그지없었다. 야후족은 휴이넘에게 언제나 더럽고 처치 곤란한 짐승이며 다루기 힘든 노예였다.

그런데 그동안 우화 속에는 보통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하지만 만물의 영장으로 믿는 엄연한 현생 인류를 객관화하여, 그것도 종자를 달리하는 말의 눈으로 인간을 투사한다는 것이 참으로 낯선 일이었다. 사람의 속성을 갈파하기 위한 작가의 선구적 예지와 무대 속에 인간을 던져놓은 설정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유명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 야후가 바로 그 야후족에서 이름을 따온 것은 재미있는 일화이다. 야후가 세기말을 거치면서 뜻이 야만인, 세련되지 못한 시골뜨기 정도로 의미가 확대되었는데, 스탠포드대학 동기인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가 자신들을 야후라고 장난스럽게 이름을 지었다.

살면서 여러 사람을 본다. 인간 군상은 그들의 탐욕만큼이나 많다. 그래서 작가의 눈으로 다시 바라보았다. 소인국에서 바라본 우리는 과연 어떤 군상이며, 거인국에서 바라본 나는 또 얼마나 왜소한 존재였는지, 말이 지배하는 휴이넘의 눈으로 보면 우리가 얼마나 열악한 야후였는지…. 역지사지의 미학이며 소통의 첫걸음일 수도 있다. 확실한 것은 남의 입장 되어 보기가 사회 구성원간 매너이자 예의로 봐도 무방하며, 예나 지금이나 우리에겐 꼭 필요한 도덕률 같은 것이리라. 더 나아가 우리를 길러준 제도와 사회에 대한 은근한 충성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딴생각을 품게 된다면 한 번쯤 사회제도와 제도가 갖는 권위, 힘의 관성도 가끔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국가의 역할과 사회 일반에 퍼져있는 공동선을 수행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 세상에 우리가 감당해야 할 불빛과 세상에 돌려줘야 할 그 무엇이 있다면 기어코 그렇게 해야 하는 믿음의 근거를 아직도 속 깊게 걸리버 여행기가 말하고 있는 건 아닐는지.

김준혜/뉴스타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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