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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산책] 한반도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혜민/스님·마음치유학교장

지난주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공화당 지지자 중 절반에 가까운 46%가 현재 상황에서 북한을 향한 선제 공격을 지지한다는 설문 결과가 발표됐다. 한 달 전에 발표된 조사에서도 북한을 향한 외교적 압박과 경제 제재가 실패로 끝난다면 82%의 공화당 지지자들은 선제 공격만이 미국을 북한의 핵 위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고 발표했다.

지금 미국의 여론은 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사이에 위협적 발언이 오간 후에 미국 내 여론의 변화가 더 빨라지는 것 같아 우려된다. 혹시라도 북한이 미 본토까지 다다를 수 있는 장거리 로켓 실험에 성공하거나 로켓 시험발사 방향을 괌이나 알래스카 쪽으로 틀기만 해도 북한을 선제 공격해야 한다는 미국 내 목소리는 지금보다 몇 배로 더 커질 것이다. 미국이 전쟁으로 가기 위해선 의회의 인준이 필요하고, 의회는 일반 미국인들의 정서를 반영해서 결정하기에 현 상황이 걱정된다.

거기다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국민과의 소통은 참 잘하시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소통은 잘하지 않는 것 같아 불안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아시아 순방 일정에 관한 보도도 보면 우리나라보다 일본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연히 인권 변호사 출신 문 대통령과 부동산 사업가 출신 트럼프 대통령은 살아온 인생 여정이나 가치관이 다를 수밖에 없고, 그러기에 호흡을 잘 맞추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반도에서 또 다른 전쟁이 나지 않게 하려면 힘들어도 트럼프 대통령과 자주 통화를 하면서 합을 반드시 맞춰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무리 많은 사람이 비판을 해도 바위에 계란 치기처럼 끄덕하지 않고 오히려 비판한 사람을 날카롭게 공격한다. 남 눈치 보지 않고 즉석에서 자신의 생각을 여과 없이 전달하며 미국 정치 관례를 다 깨면서라도 원하는 것을 해버린다. 더불어 사업가 출신답게 세상 일을 경제적 이윤의 관점에서 주로 바라본다. 10월 7일 북한에 관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보면 "엄청난 돈을 북한에 가져다줬지만 북한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협정을 위반했다"고 썼다. 즉 트럼프 대통령을 화나게 만든 건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돈은 돈대로 받으면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전쟁을 막을 수 있을까.

우선 아무리 청와대 관료가 트럼프 정부 관료들과 공조를 해도 트럼프는 자신의 생각과 다르면 자신이 임명한 정부 관료의 말도 다 쳐버린다. 그러기에 문 대통령이 직접 트럼프 대통령과 일대일 대화를 해야 한다. 더불어 대화에 나설 때 한반도에서 전쟁이 날 경우 무고한 수많은 사람이 죽게 된다고 호소를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선제 공격을 통해 미 본토 국민을 보호할 수 있다면 그 방법을 선택할 것이다. 왜냐면 그의 말대로 전쟁은 미 본토가 아닌 "먼 저쪽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뭐가 있을까. 우선 한반도에서 전쟁이 났을 때 미 경제가 얼마나 큰 피해를 보게 되는지 어필해야 한다.

2011년 왓슨연구소에 따르면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이라크에서 미국은 전쟁 비용으로 무려 3조7000억 달러가 들었고, 이 금액은 미국인 한 사람당 1만 달러씩 쓴 초대형 적자 전쟁이었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난다면 중국이 분명 개입할 것이고, 그러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미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운 재정적 파탄이 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반대로 경제적 이득은 중국 회사들이 보게 될 것이다.

일례로 우리나라 휴대폰 대신 샤오미·화웨이 휴대폰을 세계인은 사게 될 것이고, 애플은 삼성으로부터 부품을 받지 못하는 곤욕을 치를 것이다.

또한 전쟁으로 인한 난민이 미국으로 향할 수 있다. 220만 명의 재미동포는 한국 가족과 지인을 최대한 피란시키려 할 것이고 이 경우 수백만 명의 한국 난민을 미국이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 물어야 한다. 멕시코 국경에 담을 쌓자고 하는 트럼프가 이런 상황을 좋아할 리 없다. 마지막으로 전쟁은 한국에 사는 13만 명의 미국인 생명도 함께 위협한다는 사실, 그리고 북한과의 상황을 평화적으로 풀면 노벨 평화상이 트럼프에게 돌아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죽음의 백조' 폭격기가 지난달 일본의 미군기지에서 출격해 우리 군과는 상관없이 독자적으로 훈련을 마쳤다. 미 독자적인 결심으로 대북 타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준 예라고 하니 지금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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