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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과학자의 세상 보기] 인간과 불 (4)

지난 8일 일요일 밤에 시작된 북캘리포니아의 화재가 나파, 소노마, 산타로사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불행히도 불이 잦아들기는 커녕 여전히 퍼지고 있다니 피해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확인된 희생자만 17명이고 300-500여명이 실종상태라고 한다. 2000채 이상의 주택과 건물이 파괴되었다. 한밤중에 시작된 들불이 강풍을 타고 걷잡을수 없이 퍼져버렸는데 3초에 축구장 하나 면적이 불에 타 없어지는 격이라고 한다. 필자의 동료 중에도 여러명이 화재의 진행방향이 바뀌면 집에 달려가야한다며 대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몇년째 미국남서부에 가뭄이 심했다. 물부족사태가 심하다보니 2-3년전에는 잔디에 물을 주지 말라는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절수령이 떨어졌다. 500년간 최악의 가뭄이라니 캘리포니아주가 생긴 이래 최악이라고 할수있다. 가뭄의 원인은 해안선을 따라 요지부동하고있는 고기압이 마치 보이지 않는 산맥처럼 태평양에서 비를 몰고오는 폭풍을 차단하고 있기때문이라고 한다. 정부와 기업체들 그리고 개개인들이 물을 흥청망청 썼다던가, 환경단체들이 좀 지나치게 수자원의 신규개발에 제동을 걸었다던가 하는 비판도 있다.

불쏘시개처럼 바짝 말라버린 나뭇가지들이 스치며 생기는 정전기는 미세한 불똥이 되어 숲 전체를 금새 화염덩어리로 만들어버릴수 있다. 산불의 원인으로 악명높은 것이 가을이면 동쪽의 네바다나 유타에서 태평양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인데 남쪽에선 Santa Ana, 북쪽에선 Diablos (Devils)라고 불리운다. 내륙지방을 거쳐오면서 습기를 잃고 몹시 뜨거워진 강풍이다. 이런 바람들이 들불산불을 만나면 지금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것처럼 걷잡을수 없는 화재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산불, 들불의 규모가 너무 커지면 불이 나무에서 나무로, 집에서 집으로 퍼지는 수준을 넘어선다. 불이 직접 옮겨붙지 않더라도 엄청나게 뜨거워진 공기중으로 전달되는 복사열만으로도 멀리있는 나무들을 태우며 퍼질수 있다. 이쯤되면 불이 고속도로 정도는 뛰어넘어 버리는 것이다. 불이 붙을만한 것을 미리 태워버려 화재의 확산을 막는다는 <맞불놓기> 조차도 통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화재지역으로부터 60마일 이상 떨어진 이곳에서도 어제부터 연기와 매캐한 냄새가 실내에서 느껴질 지경이다. UCSF시절의 교수님이자 필자가 은인으로 여기는 크레이크 교수님도 나파에 집을 한채 가지고 계시는 터라 걱정이 되어서 연락을 했더니 해외출장에서 급히 돌아왔다시면서 공항에서 답장메시지를 보내주셨다. 그 이후로 아직 이렇다 저렇다하는 연락이 없어 몹시 걱정이 된다.

오늘, 수요일 아침에 출근하다보니 날씨가 흐렸다. 부질없지만 기적처럼 비라도 내려주었으면..하고 생각하다보니까 이게 흐린 날씨가 아니고 연기와 재가 샌프란시스코만 상공에 가득한 것이었다. 그러곤 직장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는데 확 느껴질 정도로 기온이 낮았다. 이곳까지 날아온 재와 연기가 햇볕을 가로막아서일까?

쌀쌀한 날을 대비해 차에 실어두었던 자켓을 찾아입는데 뜬금없이 나의 성장기와 딱 겹쳤던 미소-냉전기의 키워드중 하나였던 <핵겨울> 이라는 용어가 생각났다. 핵전쟁이 일어나면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분진이 태양빛을 차단하면서 지구가 추워져서 결국엔 아무도 못살게 된다는 인류멸망론이다. 지구의 역사를 통해 화산폭발, 지진, 기상변화, 소핵성같은 천체와의 충돌 등으로 인해 지구상의 생명체가 대부분 전멸하였던 일이 여러번 있었다. 꼭 그런 규모의 파국은 아니래도 이번 화재를 보면서 산다는게 얼마나 위험천만한 것인가 새삼 절감한다. 인간이 육체를 통해 겪을수 있는 최악의 고통은 화상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 아무쪼록 화재가 하루속히 진압이 되고 피해자들도 몸과 마음 그리고 재산적 피해를 빨리 극복할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최영출 (생명공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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