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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부자 세금 깎아주자는 정부

김종훈 / 경제부장

지난 2013년 발간한 책 '21세기의 자본'으로 유명한 파리경제대학 토마 피케티 교수는 자본주의 시장이 민주주의에 예속돼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지금은 거꾸로 민주주의가 자본주의에 붙잡혀 있어 소득 불평등이 갈수록 심해진다고 풀이했다. 금융위기를 겪고 '월스트리트를 점령하자'는 '경제 민주화 운동'이 펼쳐진 뒤라 그의 책은 큰 관심을 끌었지만 세상은 여전히 그의 주장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 피케티는 책에서 최고 부유층에게 최대 80%까지 부유세와 상속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현실에서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다. 미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 미국에서 개인은 549만 달러까지 연방 상속세를 내지 않는다. 549만 달러 이상이면 넘은 액수에 최고 40% 세율을 매긴다. 즉 600만 달러를 남기면 549만 달러를 뺀 51만 달러의 40%인 20만4000달러를 낸다. 20만4000달러는 600만 달러의 겨우 3.4%다. 현재 상속세를 내야 하는 최고 부유층은 0.2%다. 이들을 포함한 부유층 1%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체 소득의 23.8%를 차지하고 있다. 하위 90%의 소득은 49.7%다. 1%의 재산은 38.6%, 90%는 22.8%밖에 못 가지고 있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빈부격차다. 주가가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해 경제가 활기를 띠는 것 같지만 서민들과는 거리가 멀다. 부유층 10%가 전체 주식의 80%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10%가 갖고 있는 주식의 값어치가 90%가 가진 주식보다 두 배로 많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세제개혁안을 발표하며 또 상속세 폐지를 들고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는 건강보험법안에도 상속세 폐지 조항을 넣었다가 비난을 샀는데 또 시작이다. 다른 부자.기업 감세안도 문제다. 법인세를 20%로 낮춰주면 과연 기업들이 늘어난 이익을 직원들에게 나눠줄까?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역사상 그런 일은 없었다. 워싱턴포스트 폴 월드맨 칼럼니스트는 "감세로 이익이 늘어나면 새 직원을 고용하거나 노동자들의 봉급을 올려주기 보다는 고위 간부들이 보너스로 나눠가지고 주주들이 받는 배당을 늘린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과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납부세액이 최저세액에 미치지 못할 때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는 최저한세(AMT) 폐지는 이런 저런 방법으로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부자들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최고세율을 39.6%에서 35% 낮춰주는 것도 부자들에게 엄청난 혜택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는 2005년 AMT 때문에 추가 세금 3100만 달러를 냈다. 트럼프는 이번 '셀프 감세'로 수천만 달러의 세금을 아낄 수 있다. 상속세까지 폐지하면 보유한 부동산 가치만 30억 달러로 추정되는 트럼프 가족은 12억 달러 이상을 절약한다.

개혁안에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위한 감세안도 있다. 하지만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월드맨은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조금 혜택을 주면서 반대 여론을 흐트러뜨리는 과거에도 써먹은 유용한 수법"이라며 "나도 세금 500달러를 절약하는데 회사 CEO가 100만 달러의 감세 혜택을 받는다는 이유로 불평등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서지는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받는 소액의 감세 혜택이 나중에 서민들의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대대적인 감세 혜택은 정부 재정적자를 악화시키고 결국 그 빚은 어떤 형태로든 국민에게 돌아온다. 특히 복지예산 삭감을 좋아하는 보수 정권은 서민들이 받는 정부 혜택을 줄여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때문에 '조금 받고 많이 잃는' 꼴이 되기 십상이다. 오바마케어 폐지안에 이어 또 다시 행정부의 정책에 서민들이 맞서야 하는 힘겨운 '트럼프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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