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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 스토리] '그리움의 고장' 프랑스 샴페인을 가다

배문경
법무법인 김앤배 공동대표변호사·Wine Scholar Guild 정회원

나는 샴페인에 왔다. 내가 반드시 찾고 싶었던 곳, 그 그리움의 고장, 프랑스의 샴페인이다. 프랑스식으로 발음하면 상파뉴, 샴페인을 흔히 나이트클럽에서 생일축하 노래와 함께 터뜨리는 폭죽정도로 생각하는 한국문화 때문에 고급스럽고 우아한 샴페인의 진미를 전도하고 다녔던 나였다. 수십번, 아니 수백번은 마셔본 샴페인이지만 처음 느껴보는 샴페인 마을은 샴페인의 생생한 버블과는 대조적으로 너무나도 풍요롭고 평화스럽다. 수확이 최근 끝난 포도밭들은 아직도 푸른색이다.

내가 첫번째로 찾은 곳은 샴페인의 어머니로 불리는 뷔브 클리코 샴페인 하우스였다. 뷔브 클리코는 샴페인 제조법의 제일 중요한 발효의 정주과정과 모든 샴페인병에 들어가는 버섯같이 생긴 코크를 발명한 회사이기도 하다. 이곳은 샴페인 고장의 라임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명성답게 무지하게 멋지고 큰 지하 카브가 있다. 이제까지 몰랐는데 샴페인 지하 카브는 거의 다 지하 동굴로 연결이 돼있어서 지하 지도도 만들어졌고 마침내 2015년 샴페인의 지리, 토양과 지하 카브는 유네스코의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됐단다.

두번째 방문한 곳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돔 페리뇽 샴페인을 제조하는 모에 샨돈 하우스였다. 고급 호텔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에퍼네 동네 한가운데에 위치했다. 샴페인은 아무리 많은 세월이 지나도 디스고지(효모를 제거하여 정주하는 과정)만 안하면 생생하다는 말을 입증하듯 수백년의 도도한 역사를 품은 몇십만병의 샴페인이 즐비하게 쌓여 있었다.

샴페인에서 또하나 유명한 것은 이곳의 토양인 석회암이다. 손톱으로 찔러도 푹 들어가는 이 고장의 토양은 물이 잘 빠지고 미네랄이 풍부해 샴페인의 특유한 미네랄리티를 선물하기도 한다.



보통 프랑스의 저렴한 와인은 10달러 미만으로도 많이 구입할 수 있지만, 샴페인은 아무리 싸다고해도 25달러 이하는 찾아보기 힘들다. 샴페인이 이처럼 비싼 이유는 아무래도 샴페인 지방의 특별한 '제조 비법' 때문일 것이다. 샴페인은 보통 와인과 다르게 모든 포도송이들을 손으로 따야한다. 또 1차 숙성을 한 뒤 2차로 샴페인에서 발명된 독특한 발효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전통적인 샴페인 제조법을 통해 만들어지는 샴페인이 특별한 이유는 샴페인 내에 이산화탄소를 인위적으로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샴페인 한 병 한병 와인 메이커의 손을 거치는 인고의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악마의 장난'으로 불리는 샴페인의 거품은 바로 이같은 과정을 거쳐 탄생한 것이다. 이처럼 고귀하고 정성어린 제조과정을 알고 나면 샴페인이 새롭고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을 수 없다.

샴페인은 흰색이지만 주원료가 되는 포도는 삐노 누아르(Pinot Noir)나 삐노 므니에(Pinot Meunier)란 적포도 품종이다. 물론 샤도네이(Chardonnay)를 포함해 다른 여러 가지 포도도 함께 블렌딩해서 만든다. 다른 화이트나 레드 와인과는 달리, 보통 하우스 샴페인은 매해 맛이 똑같아야 한다. 그래서 샴페인 하우스의 와인 메이커는 그 하우스의 독특한 '맛'을 매년 만들어 내려고 여러가지 포도를 블렌딩하기 때문에 어쩌면 화학자라는 감투가 더욱 어울릴 정도의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그렇지만 빈티지(Vintage) 샴페인은 수확이 뛰어난 해의 포도를 와인 메이커가 그해의 와인을 자기의 개성에 맞추어 표현할 수 있는 기회이며 적어도 3년 이상 숙성시켜 만든 것으로 가격이 비싸다. 이는 프랑스의 가장 북쪽에서 수확되는 샴페인의 포도는 일반 포도보다 작고 수확량도 워낙 소량이며 와인과 달리 매년 빈티지 샴페인을 만들 수 없기 때문에 빈티지 샴페인은 가격이 비싸고 더욱 고급스러울 수 밖에 없다

샴페인을 추천하라면 1976년, 1996년, 2000년, 2002년의 빈티지를 권하고 싶다. 세기의 빈티지라 불리므로 아마도 후회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둘째, 난빈티지(Non-Vintage) 샴페인은 2~3개의 빈티지를 블렌딩해서 만든 것으로 전체 샴페인의 85%를 차지한다. 셋째, 로제 샴페인은 소량의 레드와인을 첨가한 것이다. 넷째, 블랑 드 누아르(Blanc de Noire) 샴페인은 적포도 품종인 삐노 누아르(Pinot Noir)나 삐노 므니에(Pinot Meunier)만 사용해서 만든다. 다섯째, 블랑 드 블랑(Blanc de Blanc) 샴페인은 백포도 품종인 샤도네이(Chardonnay) 품종으로만 만들어진다.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일본 와인전문만화, '신의 물방울'에서 한국인들의 눈길을 끄는 장면은 주인공이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감칠 맛 나는 김치와 환상의 조화를 이루는 와인을 찾아내는 순간이다. 수 백개의 와인 중에 한국의 맵고 짠 음식, 특히 김치와 어울리는 와인을 백방으로 찾아 헤맨 끝에 '샴페인'이라는 답을 찾아냈다. 주인공은 샴페인과 김치의 조화를 '불의 마술'이라는 시적인 언어로 표현했다, 처음엔 불처럼 김치의 매운 맛이 느껴지지만 불이 비둘기처럼 변해 날아가는 마술과 같은 와인이라며 김치와의 환상적인 궁합을 묘사했다. 또한, 샴페인은 김치와 더불어서 일본 음식, 특히 초밥과도 잘 어울린다.

흔히 한국인들은 축하할 일이 생기면 먼저 샴페인을 떠올린다. 이 가을, 샴페인을 먼저 준비하고 축하할 일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미처 깨닫지 못할 뿐, 세상엔 감사하고 샴페인 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외쳐야 할 수많은 이유가 널려 있다. 이같은 깨달음이 바로 샴페인의 긍정적 역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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