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3번 뜬 '죽음의 백조'
평양에 건물 2채만 남긴
'6·25 북폭 악몽' 되살려
한번 출격에 30억 원이 넘게 들어가는 비용에도 불구하고 B-1B의 잦은 출격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북한의 '트라우마', 즉 6·25 전쟁 때 미군 공습에 북한이 느끼는 '악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원한 예비역 장성은 "6·25전쟁 당시 낙동강 전선에서 마지막 공세를 준비 중이던 북한군을 향해 98대의 미군 B-29 폭격기가 26분 동안 960t의 폭탄을 퍼부으며 융단폭격을 가했다"며 "제공권을 장악한 연합군이 평양 등 북한의 주요 도시들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공습을 펼쳐 전쟁이 끝난 뒤 제대로 된 건물이 남아 있지 않을 정도여서 미군의 공습은 북한엔 악몽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1994년 사망한 김일성 주석은 생전에 "미군의 폭격으로 73개 도시가 지도에서 사라지고 평양에는 2채의 건물만 남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6·25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은 낮과 밤으로 이어졌다"며 "평양을 비롯해 북한의 주요 도시들은 완전히 파괴돼 옛 소련과 사회주의 국가들이 3년여에 걸쳐 도시 전체를 완전히 새로 건설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군 공습의 파괴력을 경험한 북한은 유사시를 대비해 곳곳에 대규모 지하 시설을 갖췄고, 평양 지하철의 경우 지하 70m 아래로 만들어 대피시설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며 "공군력 확충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점을 감안해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촘촘한 방공망을 갖추고, 김일성 주석이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미군 폭격기가 움직일 경우 공개활동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전략 폭격기의 잦은 출격이 6·25전쟁의 악몽을 활용한 대북 무력시위를 통해 억제력 차원이라는 얘기다. 정밀 유도폭탄 등 61t의 무기를 탑재한 B-1B는 괌에서 2시간이면 북한 지역을 공격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전략 폭격기 이외에도 유사시 잠수함이나 지상에서 북한을 공격할 수 있는 다양한 무기들이 있지만 무력시위로는 전략폭격기가 안성맞춤"이라며 "지난 정부 때는 한국 정부에서 미국에 파견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미국의 자체 판단으로 폭격기들이 오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최근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고조되면서 괌에 주둔하고 있는 폭격기 조종사들의 실제 장거리 작전 훈련 성격도 있다는 얘기다. 이전까지 B-1B가 올 경우 주일미군이나 한국 공군이 호위를 했지만 지난 24일에는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주일 공군이 호위하는 등 미군은 단독 작전을 펼쳤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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