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
문 대통령, 유엔 총회서 첫 기조연설
"평화는 분쟁 해결 능력" 레이건 말 인용
대북 압박과 제재 통한 대화 해법 강조
문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제72차 유엔 총회에서 취임 후 첫 기조연설을 했다. 세계 90여 명의 정상 앞에 선 문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고 표현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언급하며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점은 '평화'에 뒀다. 스스로 피란민 출신이라고 소개한 뒤 "나는 촛불혁명을 통해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 우리 국민들을 대표하고 있다"며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미국 보수 진영의 아이콘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거명했다. 그는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을 우리 모두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공화당 출신으로 과거 옛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지칭하며 군비 경쟁을 벌였다. 1987년 독일 베를린 연설에서 "고르바초프(옛 소련) 서기장, 평화를 원한다면, 소련과 동유럽의 번영을 원한다면, 자유를 원한다면, 이 장벽을 무너뜨리시오"라고 외쳤다. 실제로 베를린 장벽은 2년 뒤 무너졌고, 다시 2년 뒤 소련도 해체됐다. 문 전 대통령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일 수 있다. 그럼에도 레이건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염두에 둔 발언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4년 9월 문 대통령이 인용한 문구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적이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4일간의 뉴욕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뉴욕=강태화 기자, 서울=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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