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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

문 대통령, 유엔 총회서 첫 기조연설
"평화는 분쟁 해결 능력" 레이건 말 인용
대북 압박과 제재 통한 대화 해법 강조

문재인 대통령은 21일 "전쟁을 겪은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의 대통령인 나에게 평화는 삶의 소명이자 역사적 책무"라며 "(북한에 단호하게 대응하는) 우리의 모든 노력은 전쟁을 막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제72차 유엔 총회에서 취임 후 첫 기조연설을 했다. 세계 90여 명의 정상 앞에 선 문 대통령은 북한의 6차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에 대해 "말할 수 없는 실망과 분노를 안겼다"고 표현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언급하며 "더욱 강력한 제재와 압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방점은 '평화'에 뒀다. 스스로 피란민 출신이라고 소개한 뒤 "나는 촛불혁명을 통해 전쟁과 갈등이 끊이지 않는 지구촌에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 우리 국민들을 대표하고 있다"며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로 평화가 파괴되는 일이 없도록 북핵 문제를 둘러싼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며 "어떤 형태의 흡수통일이나 인위적 통일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미국 보수 진영의 아이콘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거명했다. 그는 "'평화는 분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분쟁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다루는 능력을 의미한다'는 레이건 전 대통령의 말을 우리 모두 되새겨야 한다"고 말했다. 레이건 전 대통령은 공화당 출신으로 과거 옛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지칭하며 군비 경쟁을 벌였다. 1987년 독일 베를린 연설에서 "고르바초프(옛 소련) 서기장, 평화를 원한다면, 소련과 동유럽의 번영을 원한다면, 자유를 원한다면, 이 장벽을 무너뜨리시오"라고 외쳤다. 실제로 베를린 장벽은 2년 뒤 무너졌고, 다시 2년 뒤 소련도 해체됐다. 문 전 대통령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일 수 있다. 그럼에도 레이건 전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을 염두에 둔 발언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2014년 9월 문 대통령이 인용한 문구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적이 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이날 4일간의 뉴욕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뉴욕=강태화 기자, 서울=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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