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피하라면서 기자는 왜 태풍 속에서 보도하나"
허리케인 어마 취재 기자들
몸 휘청거리며 비바람 생중계
"대체 왜 저런 곳에…" 비판에
"위협 전하려면 필수" 주장도
생중계 장면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되면서 뜻하지 않은 비난 여론이 조성됐다. "대체 왜 방송사가 기자를 저런 곳에 내보내야 했느냐"는 것이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안전하지 않다는 걸 솔선해 보여주고 있다"고 비꼬았다. 또 다른 사람은 "거주자들은 대피해야 한다고 보도하면서 자신은 그 위험한 현장에 있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CNN뿐 아니라 각 방송사의 수많은 기자들이 어마 취재를 위해 플로리다에 총출동했다.
MSNBC의 아리아나 안텐시오는 마이애미의 대로에서 나무가 바람에 꺾여 넘어지는 현장을 보도했다. 대로변의 다른 나무들은 좌우로 마구 흔들렸고 안텐시오 기자 역시 몸을 가누기 어려워했다. 마이애미 해변에서 허리케인을 취재한 CNN의 경 라 기자는 "강철 철책이 없었다면 날아가 버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방송사들이 태풍이 몰아치는 현장으로 기자들을 보낸 건 수십 년도 더 된 '전통'이다. NYT는 CBS 앵커를 지낸 댄 래더가 그 효시라고 지목했다. 1961년 허리케인 카를라가 텍사스주를 강타했을 때다. 휴스턴 지역방송 KHOU 기자였던 그는 허리케인 현장을 생중계했다. 마이크를 들고 허리까지 차오른 물살을 가르며 보도하는 래더의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허리케인의 위협이 처음으로 미 전역에 생생하게 전달됐고 래더는 전국 방송기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NYT는 "방송사들은 국가적으로 중요한 사건을 극적으로 담아낸 장면을 갈구한다"며 이같은 보도 방식이 널리 퍼지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이런 보도가 흔해지고 시대가 변하면서 시청자들의 반응이 달라졌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급부상하면서 강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정보를 전달하는 기자가 허리케인의 한복판에 뛰어들어 보도하는 것은 불필요하며 선정적인 구경거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반론도 있다. 시청자들이 허리케인의 위협을 실감하도록 하려면 현장에 나가는 것이 필수라는 견해다. 또 방송사가 철저히 위험에 대비한다고 주장한다. CNN의 존 버만 기자는 마이애미의 허리케인 현장을 취재하면서도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NYT는 "지금 시대에 이런 취재는 일상이 됐다"며 "기자들은 이런 식의 접근 방식에 정당성을 부여하려고 애쓰고 있다"고 전했다. 허리케인 취재를 25년 간 담당한 CBS의 마크 스트라스만은 "기자들이 왜 위험한 환경에서 시청자들에게 하지 말라는 행동을 하느냐고 묻는 건 일리있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TV는 시각적인 것이 전부"라며 "보이는 것이 진짜이며 중요하다고 사람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주희 기자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