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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뽕’인가, ‘친일’인가?

- ‘군함도’를 보고 -


원폭 투하로 유명한 나가사키에서 불과 18km 떨어진 섬, 하시마. 모양이 군함을 닮았다 해서 ‘군함도’라고 불렸다. 이곳에 양질의 석탄이 매장돼 있음이 알려지고, 19세기 말 미쓰비시가 섬을 사들여 석탄 채굴을 시작한다.

영화 ‘군함도’는 2차대전이 막바지로 접어든 때, 징용된 조선인들이 이곳 광부로 투입돼, 해저 천 미터까지 내려가는 열악한 환경에서 제대로 먹지도 못 하며 증노동에 시달린 사실을 폭로한다고 했다.

영화는 군함도에서 탈출하려다 실패하는 소년들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군함도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람들이 들어온다. 강제 징용된 사람이 있고, 속아서 온 사람이 있으며, 돈 벌러 온 사람도 있다.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인 이강옥 (황정민 분)과 그 악단원들이나 위안부 오말년 (이정현 분)은 속아서 온 경우고, 깡패 최칠성 (소지섭 분)은 돈 벌러 온 경우다. 그 외의 많은 사람들은 강제 징용된 듯하다. 섬에 도착과 동시에 그들은 매우 거칠게 다뤄진다. 특히 더 심하게 구는 자는 같은 조선인인 노무계 송종구 (김민재 분)다. 방송으로 나오는 임금 및 규칙 내용은 이곳이 바로 노동착취 현장임을 알려준다. 각종 사고가 끊이지 않던 중, 조선인 작업구역에서 가스 폭발로 인한 화재가 발생하자 일본 관리들은 화재가 번지는 걸 막기 위해 그 구역으로 통하는 갱도를 차단키로 결정한다. 그러나 조선인 광부들의 지도자 역할을 하는 윤석철 (이경영 분)도 함께 갇혀 있음을 알게 되자 곧바로 결정을 바꿔 구출 지시를 내린다. 한편 OSS (미국 전략정보국)에서는 군함도 탄광에 갇혀 있는 독립운동가 윤학철을 탈출시키기 위해 엘리트 광복군 박무영 (송중기 분)을 군함도로 투입한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자되고, 스타 배우들이 여럿 등장하고, 일류 스탭이 참여한 가운데 평가 받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니 영화는 유려하다.

초기 흥행기록을 보면 천만 관객 달성도 시간 문제로 보였다. 그러나 스크린 독과점 (전국 스크린의 80% 이상 점유) 문제가 불거지더니, ‘국뽕’ (지나친 애국주의를 비꼬는 표현)이란 지적에 이어서 정반대인 ‘친일영화’라는 논란까지 함께 제기되며 영화 흥행이 한풀 꺾였다. 게다가 바로 1주 후에 ‘택시운전사’가 개봉하면서 계속 밀리는 중이다.

‘친일’이란 논란에 기름을 부은 건 류승완 감독의 “일본인은 다 나쁘다는 이분법을 피하고 싶었다.”는 발언이다. 영화 내용도 기대했던 만큼 일본인의 만행을 보여주지 못 하고 흥행을 의식한 듯 픽션 부분에 치중한 인상인데, 이 부분이 문제다. 갱도가 좁아서 광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정도로 큰 몸을 가진 스타 배우들이 악단장과 깡패 역으로 등장해 일인들에게 갖은 아부를 떨며 조선인 비하 발언을 입에 달거나, 일인 관리들 앞에서 겁도 없이 노무계를 자처하고 나서는 등, 전혀 비참함과는 동떨어진 모습들을 보여준다. 탄광의 작업환경이 열악함을 보여주는 장면은 잠시뿐이고, 정작 조선인을 괴롭히고 착취하는 건 죄다 조선인의 짓으로 묘사돼, 감독이 폭로하고자 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의아하게 만든다.

또 다른 픽션인 광복군 정예요원의 투입도 송중기라는 한류 스타를 억지로 끼워넣으려는 설정에 불과해 보일 뿐, 군함도의 실상을 전하려는 노력과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인다.

‘군함도’로 포장해 애국에 호소하지만 않았어도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도리어 ‘친일’이란 오명을 쓰고 불매운동 운운하는 반응까지 야기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최인화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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