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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공황장애 등 '내적 재난시대' 살아내려면

정치·사회적 크고 작은 충격도
정신세계를 파괴하는 '재난'
재난에 대한 반응 공포와 우울
외면하면 좀비처럼 되기 쉬워

남가주 정신과 의사협회 워크숍

이달 초(2일,오후6시~10시) 남가주 정신과 의사협회(회장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가 주최하고 서울 메디칼 그룹(대표 차민영 내과전문의)이 후원하는 '재난의 시대, 무엇이 우리를 살게 하는가'라는 주제의 워크숍이 JJ그랜드 호텔에서 열렸다. 관심 있는 60여 명의 한인이 참석하여 '재난시대의 정신건강' '좀비와 사람사이/어떻게 살아가야 할까'를 주제로 이원택·조만철·수잔정 신경정신과 전문의와 조한 혜정(문화인류학자, 현 연세대 명예교수)와 진수영(응용인류학자, 전 USC 교수) 교수의 주제 발표를 경청했다. 이날 내용을 종합 요약해 보았다.

# 현대인에게 재난이란=재난에는 쓰나미나 기후 온난화로 인한 홍수나 폭염과 같은 자연에서 오는 천재 뿐 아니라 사람이 만든 인재가 있다. 지금 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이민정책이나 건강 보험과 같은 정치적, 사회적인 환경도 불안감을 안겨주는 내적인 재난(인재)에 속한다.

조만철 정신과 전문의는 "이미 미국 언론에서도 거론되고 있는 것처럼 특히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인종갈등에서 오는 폭력사태 등이 정서적으로 받고 있는 내적 재난에 속한다"며 "가계부채, 고용 불안, 자녀의 실업, 이혼 등으로 인한 가족해체 등도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크고 작은 '내적인 심리적인 재난'"이라 설명했다.



# 재난에 대한 인간의 반응=홍수가 일어나면 건물을 무너뜨리고 사람까지 다치게 한다. 심하면 목숨까지 앗아간다. 이처럼 재난의 역학적 특징은 파괴하는 힘을 지녔다는 점이다. 내적인 충격 즉 내적 재난을 당했을 때에도 파괴적인 힘을 발휘하는데 우울증, 조울증을 비롯해서 과대망상, 피해망상, 대인 기피증, 공황장애, 습식장애와 면역 결핍장애 등의 환자가 날로 많아지고 있는 것이 그 이유이기도 하다.

내적 재난으로 큰 것 중에 하나가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라 할 수 있는데 정서적 심리적인 반응은 충격으로 인해 정서적 안정이 깨어지면서 나타나는 '비탄 반응(깊은 슬픔에 빠짐)' '불안 장애'이다. 그러나 여기서 불안보다는 '우울한 요소'가 사실은 더 많다. 원치 않은 황당한 상황을 맞았을 때 첫 반응이 '오, 노(Oh, No)'로 극구 부인하다가 차츰 받아들이면서 찾아오는 것이 무기력감으로 우울한 상태에 빠져든다.

이원택 정신과 전문의는 "엄밀히 말하면 재난은 아담과 이브 때부터 인간 역사와 함께 항상 존재해 왔는데 요즘은 그 양상이 복잡해져서 정말 어떤 것이 나에게 재난이고 어떤 것이 재난이 아닌지 그 구분이 잘 되지 않는데서 더 무기력감을 느끼고 거기서 오는 불안 감정이 현대인들을 만성 우울증으로 살게 하는 경향"이라며 "그러나 여기서 잘 인식해야 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본능은 우울한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 사실"임을 지적하고 어떠한 극한 재난 속에서도 생명 쪽으로 가려는 즉 생명을 지켜 살아내 보려는 본능적인 반응을 하는 것이 '본래의 인간 모습'임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좀비와 인간의 차이=원래 좀비는 '무덤에서 깨어난 시체'에서 온 말이다. 흉한 모습으로 시체는 되살아나 움직이지만 그 안에 생명이 있을 때 가졌던 정신(인식)은 빠져나간 상태이다.

조한 혜정 교수는 "지난달 독일 함부르크에서 열렸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반대 시위로 시민들이 좀비 분장을 하는 퍼포먼스를 했다"며 "분명 우리는 정치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재난 시대에 살고 있는데도 사람들은 그것과 직면하여 개선하려하지 않고 애써 자신의 무력감을 인터넷이나 게임, 심지어는 마약의 세계로 도피함으로써 생기에 찬 '본래의 인간'에서 인식과 감정이 없는 좀비처럼 되어간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분명히 지금 지구 온난화는 현실이며 진행 중인 재난임에도 불구하고 '괜찮다, 괜찮을 것이다'며 부인함으로써 스스로 를 비현실 세계 속으로 가둬 두려는 심리가 지배적이라고 설명했다.

'재난 현장을 재난 유토피아로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이 우리 인간의 본 모습이며 충분히 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다수의 사람들은 애써 현실을 부인하며 혼자만의 세계 속으로(내가 좋아하는 것에 집착함으로써 안주함) 숨어들어 정서적인 안정을 찾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인터넷만 하고 있는 학생들에게 사람을 직접 인터뷰하여 리포트를 작성하라고 했더니 인터뷰 자체를 못하더라"며 "실제로 대인과 접촉하는 것 즉 현실과 직면하는 것을 지금 세대는 참 힘들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사람과 접촉할 때 자신의 '인식'이 깨어나면서 느낌 즉 정감도 풍부해진다며 좀비와 인간의 차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 현실에 깨어 있어야 생명을 보존할 수 있다=미국의 응급 의료 시스템을 잘 알고 있는 것도 재난 시대를 잘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라 하겠다. 진수영 교수는 체험담을 예로 들었다. 응급상황에서 911을 불렀을 때 미국의 응급 시스템은 환자를 자동적으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 간다. 그리고 응급환자를 치료할 때 의식이 있는 쪽을 먼저 치료한다. "나에게 응급상황이 생겨서 911을 불렀다. 이들은 가까운 병원으로 나를 이송하려 했지만 나는 나의 주치의가 있는 다소 거리적으로 멀지만 그 병원으로 가겠다고 주장했고 결국 그곳으로 갈 수 있었다. 도착해서는 아프지만 의식을 잃지 않기 위해서 정신을 똑바로 차렸다. 의식을 놓아버리면 치료 받는 기회도 미루어지기 때문에."

비록 개인적인 예가 되겠지만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외적·내적인 예기치 않은 일(재난)들을 잘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내가' '나만의 인식을 갖고' '내안에서 울리는 감성의 소리'에 항상 깨어 응답하는 것이 지금과 같은 재난시대를 잘 살아가는 방법의 하나가 아니겠냐고 참석자들에게 반문했다.

# 재난은 어려서 가정에서부터 지켜져야 한다=마지막 정리로 수잔 정 정신과 전문의는 "여성 환자를 치료해가는 과정에서 어려서 친부나 친지로 부터 성적 폭행을 당한 경험을 가진 케이스들이 많다"며 "어린 나이에 충격적인 일(내적 재난)을 경험했을 때 빨리 치료하지 않고 묵혀 두면 나중에 어른이 되어 어떤 원치 않은 상황을 직면했을 때 당시 받았던 상처들이 되살아 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이 무심코 하는 말을 흘려 버리지 말고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어린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상태를 정확히 알지도 또 그것을 표현할 능력도 없어서 '난 엉클(uncle) 미워' '학교 가기 싫어'라고 말한다며 특히 참석한 부모들에게 경각심을 주었다.


김인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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