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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만유는 '사이 없는 사이'

박재욱 / 나란 불교아카데미 법사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우주를/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보려거든/ 그대 손바닥 안에 무한을/ 한 찰나 속에서 영원을 붙잡아라/..."

낭만주의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영. 18세기)의 장시 '순수를 꿈꾸며'의 들머리이다.(역자들 번역이 조금씩 다르나 대의는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공간적으로 이 시는, 우주의 모든 개체는 하나의 법칙 속에서 우주 전체를 담고 있는 소우주이며, 밖으로는 사통팔달로 연결된 그물망을 형성하여, 다르되 하나인 불가분의 유기적 관계에 있음을 내비친다.

또한 '1찰나'를 떠나서 영원은 없으며, 영원은 그 찰나의 다함 없는 흐름이다. 시인 에밀리 디킨슨(미. 19세기)도 '영원이란 찰나의 조각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찰나의 한 생각이 무한한 상상력으로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까닭이다.

손바닥 안에 무한을 움켜쥐고 찰나 속에서 영원을 사는, 그리하여 한 알의 모래 속에서 우주를 보고,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꿈꾸는 신비는, 시공을 자유로이 넘나드는 우주심(心), 그 순수한 영혼만이 누릴 수 있는 은총이며 특권임을 그의 시에서는 암시한다.

일찍이 신라의 의상대사(7세기)는 세계의 연기적 전일(全一)과 상호관계성을, 방대한 화엄경을 축약한 '법성게'에서 간단명료하게 전한 바 있다.

"하나인 그 가운데 일체가 있고, 많은 것 가운데 하나가 있어/ 하나가 곧 일체이고, 많은 그것이 하나이며/ 한 티끌 가운데 우주를 머금었고, 우주의 티끌마다 낱낱이 또한 같네./ 무량겁 긴 시간이 한 생각 찰나이고, 찰나의 한 생각이 무량한 긴 겁이니/...".

불교의 핵심교의인 연기법(緣起法)은 모든 존재의 근원이며 필연한 존재방식으로, 차이 속에서 상호의존적으로 연계돼 있음을 알리는 보편타당한 진리이다.

세계는 인과(因果)라는 접속사로 연기되어 끊임없이 흘러가는 상생의 대서사임을 표명한 것이다.

따라서 세계 속에 독립적인 존재는 없으며, 유정, 무정을 막론하고 의미 없는 존재는 없다. 모래 한 알도 존재이유가 있으며, 어느 수도자의 말처럼 '꽃'이 '꽃 아닌 것' 없이는 꽃일 수 없는 것이다. 모두 '무용(無用)의 유용성'을 일깨우는 말이다.

결국 '이것'은 '저것'과의 관계 속에서만 '이것'일 수 있을 뿐, 만유는 공생 공존하는 '사이 없는 사이'이다.

실로 세계는 온통 연기라는 진리의 현현이며 밀밀한 생명의 파동으로 충만하다. 아름답다.

마냥, '솔개는 하늘에서 날고 물고기는 못에서 튀어 오른다.' 그냥,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다'.

그리하여 이 역동적이고 장엄한 우주율(律)과 공명하는 만물만상의 춤사위, 그 아름다운 군무는 여여(如如), 있는 그대로 두자. 내비 둬라 제발, 사람아!

헌데 저런, 밟지 마라! '이놈아, 꽃 밟지 마라'

"발밑에 가여운 것/ 밟지 마라/ 그 꽃 밟으면 귀양 간단다/ 그 꽃 밟으면 죄받는단다." (나태주 시인의 '앉은뱅이 꽃' 전문)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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