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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생명의 신비를 잊어버린 교회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뜨거운 여름 햇볕 아래 열매가 익어갑니다. 검은 흙에 뿌리를 박고 있지만, 싹과 줄기는 녹색이요 달리는 꽃들은 형형색색이고 맺히는 열매도 같은 것이 없습니다. 매년 보아온 일이지만 항상 경이롭기 그지없습니다.

찌는 듯한 더위, 쏟아지는 소나기, 바람 그리고 어둠도 모두 열매로 만들어 갑니다.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이 있으면 바람에 흔들리며 자라가고, 꺾여도 새로 싹을 내고, 차가운 달빛 아래서도 꽃을 피웁니다. 말라버린 줄 알았던 나무에서 파란 싹을 보는 것도 생명입니다.

요즈음 교회는 소나기를 만난 듯 지붕 때리는 소리가 대단합니다. 어둠 속에 빛을 비추는 대신 어둠에게 삼키운 것 같습니다. 바람에 흔들릴 뿐 아니라 애써 피운 꽃까지 떨어지고 있습니다. 만만하지는 않은 시간입니다. 그러나 바람, 햇볕, 비 그리고 어둠은 항상 있었습니다.

하지만, 꽃이 떨어지면 다시 꽃을 피우고, 싹이 부러지면 다시 새싹을 내던 교회가 생명의 신비를 잊어가고 있습니다. 썩은 줄기를 잘라내지 못하고, 병든 잎을 고치지 않습니다. 병은 걸렸지만 그래도 열매는 있다고 자르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먹을 수 없는 열매인데도 당장 수확량을 채우려고 그대로 달아둡니다.

그리고는 위험한 약을 뿌려댑니다. 회개도 없는 용서의 약, 교회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거짓을 감추는 약, 세상의 법정에서 종교라는 이름으로 얻어낸 독극물이지만 함량은 치명적이 아니라는 약, 썩은 지도자도 지도자이니 가만히 따르라는 약, 그리고 일단 잠재워 놓고 보자는 일회용 마약까지 수도 없는 약들이 교회를 고치겠다고 시판되고 있습니다.

교회의 생명은 생명을 주신 하나님께 있습니다. 교회의 생명을 치유하고 새롭게 했던 것은 생명의 말씀이요 양심의 회복이었습니다. 정체불명의 약들이 아무리 유명한 이름을 붙이고 등장하더라도 교회는 생명의 신비를 잊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믿음은 약이나 어설픈 의사 노릇을 하는 지도자들이 아니라, 생명의 신비를 주신 하나님과 그분의 말씀에 있습니다. 놀랍고 감사하게도 교회는 죽지도 죽을 수도 없습니다. 생명 나무에 붙어있기 때문입니다. 살아있다면 싹을 틔우십시오. 뚫고 나와주십시오. 모든 살아있는 교회들이여! 죽은 가지에 한숨 쉬지 말고 새 꽃을 피워주십시오.

sunghan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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