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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숨겨진 아픔, "이제 터놓으세요"

한인사회 비영리 기독교 기관 탐방ㆍ정신건강가족미션

'정신질환' 편견 깨는일 필요
교계 영역 밖에서 사역 활동
환자와 가족 도와 다시 교회로
병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중요
"내 경험과 아픔이 밑거름으로"
초기에 치료하면 정상생활 가능


노벨상 수상자 존 내쉬 박사는 30년간 조현병을 앓았다. 흔히 조현병은 '정신분열증'으로 알려져 있는데 내쉬 박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뷰티풀 마인드(A Beautiful Mind)'를 통해 화제가 된 바 있다. 현재 정신건강가족미션의 남가주 소장을 맡고 있는 김영철 목사(51ㆍ사진)는 "그 영화를 보면서 참 많이 울었다"고 회상했다. 과거 여동생이 조현병을 앓았던 당시 경험 때문이다. 김영철 목사를 만나 정신건강가족미션의 사역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나 가족들은 늘 '편견'과 싸운다.

왜곡된 시선은 그들을 더 움츠리게 만든다.

특히 한인 정서상 가족 중에 정신질환을 겪는 식구가 있을 경우 이를 공개하기를 꺼린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교회내에서는 "말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이와 관련된 속마음을 털어놓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정신질환 환자 가족들의 속내다.

이를 위해 교계 영역 밖에서 이들을 돌보기 위해 만들어진 단체가 정신건강가족미션(이하 MHFM)이다.

김영철 목사는 "우리는 환우와 그 가족들을 의학적, 영적으로 잘 돌보고자 한다. 궁극적으로 그들이 현재 출석하는 교회에 계속 다니면서 그곳에서 신앙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게 돕는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어느 정도 돌보고 있나.

"100여 가정 정도다. 실제 고통을 겪고 있는 가정은 더 많을 거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 늘면서 나도 지난 5월부터는 직장을 그만두고 풀타임으로 이 사역을 감당하고 있다."

-왜 이 사역을 하게 됐나.

"원래 선교지로 나가려고 했다가 중간에 그 길이 몇 번 막혔다. 그때 '나는 무엇을 잘 할 수 있지?'라고 기도하는 가운데 다른 건 몰라도 '정신질환 가족을 둔 사람들을 위로하는 건 잘할 수 있다' 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동생이 조현병 중증이었다. 우리 가족이 동생을 돌 본 그 경험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김 목사는 의사도 아니고 전문가도 아니었다. 그때 만난 게 신용규 목사(현재 오렌지카운티한인교회 원로)다. 당시 신 목사를 중심으로 의학 박사, 상담 전문가, 목회자 등이 함께 모여 지난 2011년에 사역을 시작했다.

-동생 이야기를 잠시 해줄 수 있나.

"원래 아주 똑똑하고 재능도 많던 아이였다. 일류대학에 진학도 했다. 그런데 당시 본인이 생각했던 대학생활이 아니었는지 어느 날 '우울하다'고 하면서 휴학을 하겠다 하더라. 그때 나는 그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그때부터 동생이 가족과 대화가 줄었다. 그때 그걸 전혀 '병'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스트레스 받으면 그럴 수 있다고 여긴 게 너무 큰 실수였다."

그때부터 여동생의 상태는 우울증을 넘어 더욱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당시 김 목사는 신학생이었다. 가족들 역시 신실한 신앙인이었다. 그때 가족이 출석했던 교회의 목회자에게 상담을 요청했는데 "영적인 문제"라며 온 가족이 기도로 이겨낼 것을 권유했다. 그때부터 온 가족이 동생을 위해 기도만 했다. 그렇게 흘러간 세월이 무려 10년. 나중에는 도저히 가족조차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김 목사는 "지금 생각하면 병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었다. 너무 무지했던 거다. 치료만 받으면 나을 수 있었는데…그때 10년의 시간 동안 동생은 동생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고 회상했다. 이후 동생은 약물과 병원 치료 등을 반복했고 지난해 유방암으로 숨을 거뒀다.

-뒤늦게 병원에 갔을 때 의사가 뭐라고 했나.

"이 지경이 되도록 '왜 이제야 병원에 왔느냐'고 질책하더라. 그때 누가 단 한 명이라도 의사를 만나보라고 했다면 이렇게 안되었을 거라는 생각에 후회가 막심했다. 문제는 동생뿐이 아니었다. 가족 모두가 10여 년의 시간 동안 육체적, 정신적으로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심지어 삶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에 시달릴 정도였다."

그 때 김 목사의 경험은 지금 MHFM 사역을 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MHFM는 기독교 사역 기관이지만 '균형'을 중시한다. 우선적으로 정신 질환을 앓는 한인들을 위해 각 분야 정신과 전문의, 상담가, 소셜워커 등이 나서 한 축을 담당하고, 목회자 등은 신앙적 측면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을 맡는다. 김 목사는 "MHFM의 가장 기본적인 역할은 정신질환 환자의 가족을 돌보는 데 있고 환자들은 의학 전문의나 상담 기관으로 연결해준다"며 "목회자인 나는 세미나, 그룹 모임 등의 모임을 기획하고 해당 가정을 방문해 함께 대화하면서 신앙적으로 위로하는 심방 사역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목사는 정신 질환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강조했다.

김 목사는 "한인은 체면 문화가 있어서 주변에 그런 아픔을 숨기거나 어디 가서 제대로 터놓지 못한다"며 "육체가 아픈 건 병원에도 가고 약도 잘 먹는데 뇌의 문제인 '정신'은 별개로 생각해서 이 단어만 들어가면 거부감을 갖거나 별것 아니라고 생각하다가 중증이 됐을 때 찾아온다"고 안타까워했다.

'등대'가 되어 빛 비추겠다
정기모임 및 성경공부도


정신건강가족미션(MHFM)의 애칭은 '등대'다.

'정신'이란 단어가 쓰이면 한인들이 거부감을 느끼기 때문에 빛을 비추고 길을 안내해준다는 뜻에서 '등대'라는 애칭을 사용한다.

현재 MHFM는 ▶세미나 ▶그룹 쉐어링 모임 ▶성경공부 및 기도 모임 ▶가족 방문 및 재활, 복지 프로그램 연결 ▶정신건강 관련 지침서 및 프로그램 제공 등을 통해 다양한 사역을 펼치고 있다.

MHFM는 현재 LA지역과 오렌지카운티 지역 등에서 정기모임을 진행중이다.

LA지역은 앤젤리카루터런교회(1345 S. Burlington Ave)에서 매월 둘째, 넷째 주 토요일(오전 10시)에 모임을 갖고, 오렌지카운티지역은 애너하임에 있는 정신건강가족미션(9778 Katella Ave, #102) 센터에서 매월 첫째, 셋째 주 토요일(오전 10시)에 모이고 있다.

토런스 지역은 리돈도 비치에 있는 소버린그레이스바이블교회(101 S. Pacific Coast Hwy)에서 매월 넷째 주 토요일(오전 10시)에 모임을 갖는다.

▶문의:(714) 313-4077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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