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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미사일 실험과 도발 언행 중단해야"

미, 대화 의지 밝히며 3대 조건 제시
핵 동결서 실험 중단으로 문턱 낮춰
공 넘겨받은 김정은에 대화 여부 달려

시진핑 주석, 던퍼드 미 합참의장 만나
"동북지방 10년 만에 미 최고지휘관 방문
양국 군사관계 진전 가능성 보여준 것"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로 촉발된 북.미 갈등이 대화 국면으로 옮겨가기 위한 중대 고빗길을 맞았다. 미국이 대화를 위한 조건을 처음으로 북한에 내밀었고, 중국은 대화 모드 조성을 위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본격화했다. 한.미 연합훈련과 북한 건국기념일(9월 9일) 등 민감한 일정이 집중된 8월 말~9월 초를 앞두고 관련국들의 움직임이 더 빨라지고 있다.

미국은 16일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거듭 밝히며 '3대 조건'을 내걸었다. ▶핵실험 중단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 ▶동북아의 안정을 저해하는 언행 중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다.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워싱턴DC 내셔널 프레스 빌딩에서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기꺼이 북한과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눌 것이나 우리는 아직 그 근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 대해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역내를 불안정하게 하는 행위를 중단하는 성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화의 문턱을 '핵 동결'에서 '실험 중단'으로 낮췄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로써 공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넘어갔다. 지난 14일 "미국놈들의 행태를 좀 더 지켜보겠다"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김정은이 과연 미국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일지가 관심사다. 당장 임박한 시험대는 21~31일 진행되는 한.미 연합훈련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다. 김정은이 14일 괌 포위 공격을 유보하면서 "조선 반도 주변에서 위험천만한 망동을 계속 부려대면 중대한 결단을 내릴 것"이라고 밝힌 것도 UFG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한국과 미국이 "UFG 중단은 없다"는 입장을 이미 밝힌 만큼 다음달 9일까지의 '상습 도발 기간' 중 북한의 태도가 대화 성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북한 경제의 생명줄을 쥐고 있는 중국의 중재 행보도 관심거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조셉 던퍼드 미 합참의장과 만나 그의 전날 동북지방 방문 사실을 특별히 언급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던퍼드 합참의장이 "팡펑후이 장군, 판창룽 부주석, 양제츠 국무위원과 만나 광범위한 문제를 논의했고 중국 동북지방도 방문했다"며 "이는 미.중 군사 관계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압박과 함께 미국의 대북 선제공격 방지를 동시에 촉구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또 "양국 관계의 발전 과정에서 어려움과 비바람이 있었지만, 비바람 뒤에 무지개를 볼 수 있듯이 양국이 성의와 선의를 가지고 상대하고 밀접히 소통하며 갈등을 원만히 처리해 더 아름다운 내일을 함께 만들어 나가자"며 소통 강화와 갈등 해소를 촉구했다.

던퍼드 합참의장은 전날 팡펑후이 중앙군사위원회 연합참모부 참모장의 배려로 북.중 국경을 관할하는 선양의 북부전구를 방문했다. 미군 최고 지휘관의 동북지방 방문은 2007년 이후 10년 만이다. 던퍼드 의장은 팡펑후이 참모장과의 회담에 대해 "한반도에서 비상사태가 발발하기 전 있을 수 있을 만한 (비상계획에 관해) 초기 대화를 나눈 시간이었다"며 북한 비상사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긴박한 정세 속에서도 중국이 던퍼드 합참의장을 초청해 북한에서 200㎞ 떨어진 북부전구 사령부를 10년 만에 방문케 한 것이 '북한에 보내는 중국의 경고장'이란 해석이 나온다.

던퍼드 의장은 시 주석을 만나기 전 외신 기자회견에서 "대북 군사 해법은 끔찍한 일"이라며 "북한과 관련한 현 상황에서 평화적 옵션을 더 선호한다"고 말해 대화가 군사 옵션에 우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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