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에 휘둘린 광복절 기념식
뉴저지한인회 주최 행사 축사 순서 도중
팰팍 민주당 정치인 8명 한꺼번에 단상에
이름·직책 일일이 소개하며 "지켜봐 달라"
한인회 측 "사전 논의 없었던 돌발 상황"
한인사회에 있어 가장 의미 있는 날인 광복절 기념식이 정치 유세로 얼룩졌다.
15일 팰리세이즈파크에서 열린 뉴저지한인회 주최 광복 72주년 기념식 도중 선거 유세를 방불케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팰팍 민주당 소속 정치인 8명이 한꺼번에 단상에 올라 오는 11월 본선거에 출마하는 시의원·교육위원 후보들을 홍보했다. 축사를 맡은 로툰도 팰팍 시장 외에 이종철 부시장, 크리스 정·프랭크 도나휴·신디 페레라 시의원, 폴 김·마리아 알바레즈 교육위원, 스테파니 장 교육위원 후보가 함께 단상에 오른 것.
이 중 도나휴·페레라 의원과 알바레즈 위원, 그리고 장 후보는 본선거에서 민주당의 지지를 받고 각각 재선 및 초선 도전에 나서는 후보들이다. 이들은 과거 광복절 기념 행사를 찾은 적이 없다.
로툰도 시장은 “행사에 초대해줘서 감사하다. 광복절을 축하한다”는 짧은 인사말을 했다. 이어 이종철 부시장이 연설을 했다. 그는 단상에 함께 오른 후보들의 이름과 직책을 일일이 소개하며 “기대해주고 잘 지켜봐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로툰도 시장이나 이종철 부시장의 연설에서 광복절의 의미를 공유하거나 되새기는 내용은 찾기 힘들었다. 바로 직전 축사를 했던 피터 러스킨 테너플라이 시장의 경우 한·미 동맹을 강조하며 과거에 그랬듯이 양국이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합심하지는 취지의 연설을 해 큰 박수를 받은 것과 대비됐다.
후보 유세를 연상케 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팰팍한인유권자협의회 대표인 권혁만씨가
행사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치며 항의하는 등 장내가 크게 소란해졌다. 이를 본 한인들은 광복절 기념식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돌발 상황에 눈살을 찌푸렸다.
한인회에 따르면 팰팍 민주당 측은 한인회 측의 참석 확인 요청에 답변을 주지 않았으며 몇 명이 참석할지도 사전에 알려주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인회 측도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질지 예상을 못했다는 입장이다.
또 행사 참석 취지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한 팰팍 후보는 “오늘 행사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 오라고 했기 때문에 참석한 것”이라고 답했다. 참석 취지가 광복절 축하가 아닌 선거 유세에 가까웠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이와 관련, 이종철 부시장은 "후보를 알리자는 성격이 있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다른 정치인들도 대부분 그렇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사에 참석했던 한 단체장은 “정치인들이 한인들을 무시하는 듯 했다. 광복절 행사가 선거 유세 현장으로 변질되는 모습이 다소 서글펐다”고 말했다. 다른 한인 참석자는 “정치인들의 참여는 환영할만 하지만 이들의 모습은 지나쳤다”며 “후보를 알리는 것이 필요했다면 공식 행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을 만나며 대화를 했어야 했다. 실제 타민족 정치 관련 행사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관례”라면서 “이들은 공식 식순이 끝나자 바로 행사장을 떠났다”고 꼬집었다.
뉴저지 최대 한인 밀집 지역인 팰팍에서는 현재 정치권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고 있다. 정권을 장악하고 있는 팰팍 민주당과 이에 반대하는 이들 간의 경쟁이 극심한 상황이다. 특히 팰팍의 한인 유권자 수가 크게 늘면서 한인 표심을 잡으려는 싸움이 치열하다.
서한서 기자 seo.hanse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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