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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가 스님 "하나님은 무한한 분"

4대 종교인이 본 영화 '산상수훈'

대해 스님이 만든 기독교 영화
동굴에 모인 신학생들 논쟁 담아
최일도 목사 "종교적 물음에 공감"
김용해 신부 "내용 없는 믿음 질타"
권도갑 교무 "자기 존재 자각해야"


[사진설명]



영화 '산상수훈'의 한 장면. 신학생들이 동굴에 모여 기독교에 대한 궁금증을 주저 없이 이야기한다(위). 배우 백서빈이 금으로 만든 십자가를 들고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스님이 만든 기독교 영화를 각 종교인들은 어떻게 볼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7일 서울 잠실의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을 찾았다. 이곳에서 영화 '산상수훈'의 시사회가 열렸다. '산상수훈'은 대한불교 조계종의 비구니 대해 스님이 직접 감독한 영화다. 신학생들이 동굴에 모여 성경의 말씀을 묵상하고 토론하며 '내 안의 하나님'을 찾아가는 영화다.

'산상수훈'은 '2017년 모스크바국제영화제'의 공식 초청작이기도 하다. 비경쟁부문 '스펙트럼'에 초청됐다. 지난 6월 러시아 현지의 영화계와 종교계로부터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국내 개봉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이날 시사회를 찾은 관객들의 종교는 다양했다. 크리스천과 가톨릭 신자를 비롯해 불교도과 원불교도까지 있었다. 150여 관객석은 거의 다 찼다. 2시간 가량의 상영이 끝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이어서 뜨거운 토론이 펼쳐졌다.

4대 종교에 속한 종교인들이 무대 위 토론장에 올랐다. 개신교는 '밥차'봉사활동으로 유명한 다일공동체 최일도 목사, 가톨릭은 서강대 신학대학원 교수인 김용해 신부, 불교는 자비명상으로 유명한 마가 스님, 원불교는 행복가족캠프로 알려진 권도갑 교무가 참석했다. 사회는 비교종교학을 전공한 신학자 이명권 교수가 맡았다.

마가 스님이 먼저 운을 뗐다. "하나님은 정말 무한하신 분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누구의 하나님, 누구만의 하나님이 아닌 우리 모두의 하나님임을 알았다"고 말했다. 김용해 신부는 이 영화가 줄기차게 던지는 '물음'에 주목했다. "그리스도교는 궁극적으로 하느님을 알고자 하는 종교다. 그걸 위해 신앙 생활을 한다. 이 영화는 그냥 쉽게 믿기만 하면 된다는 차원의 내용 없는 믿음을 가진 이들에게 도전적인 물음을 던진다. 영화 전편을 관통하며 '무엇을 믿을 건가' '누구를 믿을 건가'하는 본질적 물음을 제기한다."

영화에는 8명의 젊은 신학생이 등장한다. 이들이 동굴에서 열띤 토론과 논쟁을 벌이며 성경 속 예수의 메시지를 향해 두레박을 던진다.

최일도 목사는 그런 신학생들의 모습에 자신의 젊은날을 떠올렸다. "영화를 보는 내내 신학생 시절의 저와 제 친구들을 보는 것 같았다. 그들이 던지는 종교적 물음에 너무 공감이 갔다. 우리 신학생들이 고민하는 주제를 (불교의 스님이) 이해하고 해석했다는 사실이 당황스럽고 송구스럽고, 하여튼 감사하다."

이어서 최 목사는 "스님이 만든 '산상수훈'에 이어, 목사가 만든 '반야심경'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럼 종교간 대화와 사회통합에 도움이 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객석에서는 박수와 웃음이 터졌다. 또 최 목사는 "기독교와 불교는 같으면서 또 다르다. 그리스도인들은 내가 모두를 알 수 없다는 전제 하에 신앙 생활을 한다. 신학생에게는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그런데 일반 신도들이 이걸 이해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그리스도교 역사에서도 오랜 논쟁거리였던 '내 안에 신이 있는가''내 안에 하느님의 속성이 있는가''내 안에 하느님의 나라가 있는가''신과 인간은 과연 하나인가'라는 주제는 이날도 뜨거운 감자였다.

마이크를 건네 받은 대해 스님은 "신과 인간이 하나라고 할 수도 없고, 둘이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니까 예수님을 통해서 간다고 했다. 인간에게는 통로가 필요하다. 예수님은 나와 하나님을 하나로 잇는 통로다. 우리가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 때, 그 통로를 지나게 된다. 그걸 통해 우리의 본질을 찾게 된다"고 설명했다.

〔〈【원불교의 권도갑 교무는 "나와 하나님이 하나라는 영화 속 대사에서 통쾌함을 느끼신 분 손들어 보세요"라고 관객석을 향해 물었다. 여러 사람이 손을 들었다. 권 교무는 "'나는 행복해야 돼'라는 강박도 일종의 선악과다. 불행과 아픔과 슬픔을 맛보지 않고서 행복을 알 수가 없다. 그냥 지금 이대로 온전한 자기 존재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를 맡은 이명권 교수는 "영화 '산상수훈'은 기독교의 정통적 교리보다 예수의 본질적 메시지에 더 가까이 다가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원시 기독교의 메시지를 재조명하고 있다"고 평했다.

】〉〕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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