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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쓰는 편지]완벽주의 브람스의 작곡 과정

이영은/첼리스트

 작곡가마다 작곡하는 방식은 각기 다르다. 어떤 작곡가는 머릿속으로 작곡을 마친 후 악보에 옮겨 적기도 하고, 어떤 작곡가는 악보에 써넣으며 작곡하고, 수정하는 것을 반복하여 작품을 완성한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악상이 떠오르면 머리로 모든 작곡을 마치고 악보에 적는 경향이 있었고, 루트비히 판 베토벤은 악상이 떠오를 때마다 스케치해놓고 여러 생각과 수정을 반복하여 작품을 완성해서 한 곡을 완성하는 데 몇 년씩 걸리는 작곡가였다. 구스타브 말러는 여러 가지 색의 색연필로 수정한 여러 버전의 자필 악보가 보여주듯이 수차례 반복적으로 수정하는 작곡가였다.

요하네스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는 그의 생애에 다양한 장르의 많은 작품을 작곡하였다. 그의 작품을 작곡하는 데 있어서 언제나 첫 시도에 만족하지 않고 출판될 때까지 계속 수정하기를 반복하였다. 이는 그의 완벽주의적 성격 때문으로 보인다.

그는 작품이 초연된 후에도, 혹은 출판된 후에도 계속 검토를 하였고, 심지어 출판한 지 몇십 년이 지난 후에 수정해서 다시 출판한 작품도 있다. 브람스는 완성되지 않았거나, 본인이 인정할 수 없는 스케치나 초안, 그리고 수정본들을 없애는 습관이 있었다.



그의 필체로 그려진 악보 중 현존하는 대부분의 악보는 수정한 흔적이 전혀 없이 깨끗하거나 출판된 악보와 같은 경우가 많으며, 오직 몇 곡들만 그가 수정한 흔적들이 남아있다. 브람스의 친구이자 그의 첫 번째 전기를 집필한 막스 칼벡(Max Kalbeck, 1850~1921)의 말에 의하면, 브람스는 주기적으로 그의 스케치나 초안을 없애고, 마지막 버전만 혹은 출판된 악보만 남겨두는 경향이 있었다고 한다.

브람스는 왜 이토록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스케치와 초안, 수정본들을 없애고 마지막 버전만 남겨두려고 했을까? 앞서 이야기하였듯이, 브람스는 완벽주의적 성격을 지닌 인물이었다. 자신의 완벽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하고, 자신의 결함은 보여주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스스로 마음에도 탐탁지 않아 수정하는 부분을 다른 사람에게 드러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지난주 칼럼에 언급했듯이 과거의 음악에 대해 조예가 깊었던 브람스는 바로크 시대부터 낭만 시대에 이르는 모든 작곡가의 음악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하고 있었으며, 그때 당시 과거의 고전주의 음악에 익숙한 청중들의 취향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많은 음악학자 친구들과 음악에 대한 토론 모임을 자주 즐겼으며, 아마도 자신의 작품들도 음악의 역사 안에서 평가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다면 그가 의도적으로 스케치와 초안들을 남겨두지 않았던 이유는 어쩌면 후대에 자신의 작업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가될지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정확한 이유는 브람스 본인만이 알고 있겠지만, 이러한 브람스의 습관은 브람스의 정확한 작곡 과정을 알기 쉽지 않게 만들었으며, 후대의 많은 음악학자들이 브람스의 초안이 없이도 그의 작곡 과정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브람스의 이러한 성격과 습관 덕에 그의 음악이 여전히 많은 사람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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