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스캔들' 대배심…트럼프 조준한 뮬러 특검
소환·증인출석 요구 등 막강 권한백악관 중심부 향한 수사 본격화
트럼프 장남에겐 이미 소환장 발부
대통령 가족 금융거래 기록도 조사
러시아 스캔들을 둘러싼 특검의 수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정조준하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 트럼프 대통령 측과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수사 중인 로버트 뮬러(사진) 특별검사가 워싱턴DC에 대배심을 구성했다고 보도했다.
대배심은 형사사건에서 피의자를 기소하기 위해 무작위로 선발된 사람들로 구성된 집단을 뜻한다. 대략 20명으로 구성되며 소환장 발부, 증인 출석 및 자료 제출 요구 등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다. WSJ는 "지금까지는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 소재 대배심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수사에 관여해 왔지만 백악관을 정조준하기 위해 워싱턴에 별도의 대배심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관련 수사는 앞으로 최소 몇 달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새로 구성된 대배심이 러시아 스캔들의 새로운 몸통으로 떠오른 트럼프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장남에 대한 소환장 발부를 사전에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주니어는 지난해 6월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약점'을 전달받기 위해 러시아 측과 연계된 러시아 여성 변호사 등과 회동한 사실이 보도되자 당시 주고받은 e메일을 스스로 공개했다. 특히 그가 러시아 측 인사로부터 받은 e메일은 "클린턴 후보의 약점은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후보를 지원하고 있다는 한 부분"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어 러시아 스캔들을 규명할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 당시 회동에는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도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조만간 쿠슈너에 대한 소환 가능성도 예상된다. 뮬러 특검이 워싱턴 대배심을 구성하고 장남을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기 시작함에 따라 스캔들 수사는 백악관 중심부로 치닫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일단 수사에 협조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한편 CNN은 이날 뮬러 특검이 트럼프와 가족들의 금융거래 기록을 면밀히 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수사 관계자의 말을 인용, "트럼프와 그의 가족, 측근들의 자금이 러시아 측과 오고 간 사실이 있는지 광범위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며 "돈의 흐름이 파악되면 잠재적 기소를 위한 가장 확실한 증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뮬러 특검은 트럼프그룹의 뉴욕 소호 개발사업에 러시아 자본이 참여한 경위와 내역, 2013년 트럼프그룹이 러시아에 유치한 미스 유니버스 대회, 2008년 러시아 고위층이 트럼프의 플로리다 맨션을 매입한 내역 등을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트럼프가 도이체방크에서 받은 대출금 약 3억 달러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트럼프가 지난달 19일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특검이 자신과 일가의 사업 및 금융거래까지 수사하는 것은 '레드라인(한계선)'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지만 특검은 이에 개의치 않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표밭인 웨스트버지니아주 헌팅턴의 정치 집회에서 특검 수사를 겨냥, "'러시아 이야기'는 허구"라며 "우리 모두와 미국, 헌법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날조된 이야기(fake story)"라고 말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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