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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 스토리] 대항해끝에 탄생한 마데이라 와인

배문경
법무법인 김앤배 공동대표변호사·Wine Scholar Guild 정회원

포르투갈에서 1000km나 떨어진 대서양 망망대해의 외로운 화산섬, 흡사 독도를 연상시키는 제주도 절반크기의 이 화산섬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의 고향이다. 이름하여 마데이라제도. 이 섬에서 탄생한 마데이라와인은 가장 오랫동안 보관하며 마실수 있는 와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마데이라와인 뒤에는 세계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모험과 사기, 거대한 땅을 발견하려는 탐험가들의 성공과 실패, 영화나 무협지에 나올만한 무용담과 함께 뭇 사나이의 가슴을 적셨던 전설적 와인이 살아숨쉬는 곳이다. 또한 미국의 탄생과도 뗄려야 뗄 수 없는 와인이 바로 이 마데이라와인이다.

나도 마데이라제도에 갔었지만, 검푸른 바다와 맞닿은 절벽과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가파른 산, 바로 이 험한 땅에는 멋진 포도나무들이 자라고 있었고, 해질녁 바다위로 떨어지는 태양을 바라보며 마시는 마데이라와인 한잔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마데이라와인의 역사는 15세기, 그러니까 1400년대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좋은 말로는 탐험이지만 실제로는 점령의 야망에 불타던 포르투갈왕자가 마데이라제도를 점령한뒤 울창한 숲을 모두 없애버리고 포도를 심으면서 부터 마데이라와인의 신화가 시작된다. 마데이라 라는 말 자체가 숲을 의미할 정도로 이 섬의 토양은 비옥했다.

대항해시대, 즉 탐험과 발견의 시대로 일컬어지는 1400년대부터 마데리아제도는 동인도제도로 항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중간기착지로 자리매김했다. 16세기에 이미 마데이라제도는 와인산업이 잘 형성돼 있었으며, 이 와인의 주소비처는 한없이 넓은 바다를 끝없이 항해하는 탐험가의 범선이었다. 마데이라와인은 알콜도수 95도에 달하는 뱃사람의 술, 럼주를 섞은 주정강화와인이지만 초기 와인은 주정강화와인이 아니었다. 동인도제도로 가기 위해서는 마데이라제도를 지나 뜨거운 태양이 작열하는 적도를 넘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범선에 실린 마데이라와인은 상해버리기 일쑤 였지만, 진흙탕속에서 연꽃이 피어나듯 극한의 찜통더위에서 더욱더 멋진 와인이 만들어졌다. 적도의 뜨거운 태양이 와인을 산화시키면서 자연적으로 알콜도수가 높아졌고 향이 풍부하고 복합적인 맛을 뿜는 와인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적도의 고열속에서 숙성된 이 와인은 큰 인기를 끌었고, 주고객은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였다. 동인도회사의 배들이 항해를 떠날 때 반드시 싣는 품목이 마데이라와인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와인을 긴 항해라는 방법으로 숙성시키서 팔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었고 그래서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냈다. 적도의 뜨거운 태양에 걸맞는 환경을 만들어 요즘말로 하자만 '열처리'방식의 와인제조기법을 창조시킴으로서 대량생산의 시대로 접어든다. 마데이라제도의 뜨거운 햇살과 마데이라사람들의 삶의 지혜가 만들어낸 와인인 것이다.



즉 마데이라와인은 스테인레스관을 지나게 하고 이 관의 바깥은 적도의 온도와 맞먹는 섭씨 45도에서 50도, 화씨 115도 정도의 끊는 물로 감싸는 것이다. 최소 90일간 이같은 과정을 거치게 되며, '열처리'가 끝난 와인은 다시 최소 90일간 찜질방과 같은 곳에서 숙성을 거치게 된다. 이같은 과정을 거친 와인은 100년이상 지나도 원래의 맛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와인은 수확한 다음해의 10월 31일 이후가 돼야 병입되거나, 소비자들에게 팔리기 시작하며, 마데리아와인의 황금기로 꼽혔던 18세기에는 아메리카대륙과 브라질등 남미는 물론 영국, 러시아, 북부아프리카까지 확산됐다.

1776년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필라델피아에서 독립을 선언한뒤 축배를 든 술은 무엇일까. 바로 그 술이 바로 마데이라와인이다. 조지 워싱턴, 알렉산더 해밀턴, 벤자민 프랭클린, 존 아담스등은 마데이라와인의 신봉자였으며, 벤자민 프랭클린 대통령은 그의 자서전에서도 마데이라와인을 언급할 정도로 마데이라와인을 사랑했다. 18세기부터 미국에서 마데이라와인이 '대박'을 친 것은 초기 13개주에는 와인을 제조할 수 있을 정도의 양질의 포도가 재배되지 않았기 때문에 와인을 수입할 수 밖에 없었고, 그때 수입와인의 대부분이 마데이라와인이었다. 이처럼 마데리아와인은 미국의 독립과 성장,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이다.

마데이라와인의 포도품종에 따라 약 4가지정도로 분류된다. 귀족포도로 불려지는 포도의 당도에 따라 세르시알, 베르델로, 보알. 맘지등 4가지 와인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세르시알이 가장 당도가 낮아 드라이하며 식욕을 돋구는 애피타이저로서 사랑을 독차지 한다, 베르델로는 자라수프등에 사용되며, 보알은 단맛이 약간 높아 디저트와인으로, 가장 당도가 높은 맘지도 역시 거창한 디너뒤의 디저트와인으로 인기가 높다. 또 마데이라와인은 술로서 뿐만 아니라 소금, 후추등과 함께 해산물요리의 소스로도 유명하다. 마데이라소스가 바로 여기서 탄생한 것이다.

지난 2015년 뉴저지의 한 박물관에서 마데이라와인의 인기를 입증하는 기막힌 일이 벌어졌다. 박물관 보수공사를 하기 위해 벽을 뜯었는데 그 안에서 와인셀러가 발견됐고, 마데이라와인이 수천병이 빼곡히 쌓여있었던 것이다. 1차세계대전때 미전역에 금주령이 내려지자, 마데이라와인을 벽사이에 숨겼던 것이다. 이 박물관 벽에서 발견된 마데이라와인중에는 220년전 만들어진 와인도 포함됐고, 현재는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다, 대서양의 뜨거운 태양을 품은 마데이라와인, 그 작열하는 태양보다도 더 뜨거운 탐험과 발견의 역사를 담은 마데이라와인, 한 여름의 태양을 즐기며 마셔봄직한 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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