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적법은 2세들 앞길 막는 족쇄"
선천적 복수국적 국적법 개정 공청회
법개정 필요성·당위성·억울함 호소 봇물
각지 80여 명 참석, 하와이에서 오기도
LA한인회와 한인커뮤니티변호사협회(KCLA·회장 조이스 최)가 공동주최한 '선천적 복수국적 관련 국적법 개정 공청회'가 1일 오후 7시 LA한국교육원 강당에서 열렸다.
이날 공청회 진행은 이승우 KCLA 사무총장 겸 LA한인회 이사가 맡았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국회의원, LA총영사관 박상욱 법무영사, 로라 전 LA한인회장, 조이스 최 KCLA회장이 헤드테이블에 자리했고 한인사회 일부 단체장과 일반인 등 약 80명이 참석했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한인들은 각자 자신의 피해사례를 발표하며 국적법 개정의 당위성과 필요성, 억울함을 호소했다. 다른 참석자들은 사례마다 황당함과 안타까움에 탄식을 쏟아내며 국적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자비를 들여 참석한 한인, LA에서 75마일 떨어진 지역에서 2시간 동안 운전해서 온 한인도 있었다.
-로라 전 LA한인회장: 현행 국적법은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되는 한인 2세의 피해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지 않고 시행됐고 앞으로 피해는 더 커질 것이다. 한인회는 국적법이 반드시 개정되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며 개정안이 최종 통과될 때까지 여러분도 함께 노력해 주기를 당부한다.
-조이스 최 KCLA 회장: 오늘 공청회는 한인커뮤니티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고 우리 한인커뮤니티변호사협회가 해야 할 일이다.
-이종걸 의원: 국적법과 관련해 쏟아지는 질문은 크게 2개다. 하나는 "지금까지 뭐했니?"이고 다른 하나는 "이번에는 할 수 있겠니?"다. 100% 장담이나 확신은 없다. 하지만, 내용을 알면 알수록 우리 동포 2세들이 비상식적인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 문재인 정부에서 외면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미국에 250만 명, 전세계에 1000만 명의 해외동포가 살고 있다. 한국 내에서 이들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바꾸며 국적법 개정안도 준비해야 한다. 현행법, 특히 홍준표 법은 하루 만에 뚝딱 만들어졌고 이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동포들이 피해를 입고 살았다.
-박상욱 LA총영사관 법무영사: 지난 2월 말에 부임한 이후 선천적 복수국적과 관련한 상담을 하며 가장 곤혹스러울 때가 상담자의 아들이 국적이탈 신고 마감기한인 만 18세가 되는 해 3월 말을 넘긴 경우다. 이럴 경우 37세까지는 국적이탈이 안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일하며 선천적 복수국적자와 그 가족이 겪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불합리한 점이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한국 국적법은 1948년 제정된 이후 지금까지 모두 11차례 개정됐다. 이 가운데 부모 양계주의를 도입한 98년 개정, 홍준표 법으로 알려지고 출생신고를 안 한 경우도 국적이탈 신고 대상에 포함한 2005년 개정,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 불이행시 한국 국적이 자동 상실되는 규정이 폐지되고 국적선택명령 제도를 도입한 2011년 개정 등 세 차례 개정을 주요 개정으로 꼽는다.
<피해사례자 발표>
"문 대통령께 탄원서"전달 부탁
-박원식(하와이 호놀룰루)
아들이 둘(25, 22) 있다. 미국에서 태어난 둘 다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해 큰 애는 현재 임관해 군 생활을 하고 있으며, 작은 애는 4학년이다. 항상 한국인의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살아가라고 가르쳤다. 그러다 작년에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고 총영사관에 문의한 뒤 한국에 나가 출생신고 등 호적관계를 정리했다. 그런데 이후 큰 애가 졸업하기 일주일 전 학교 측으로부터 복수국적자 신분이 드러났다며 더 이상 학교에 나오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강력히 항의하고 우겨 결국 졸업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앞으로 정보 관련 보직을 맡을 수 없게 됐다. 군에서 정보 관련 보직을 맡지 못하면 사실상 진급 기회가 없는 것이다. 만약 총영사관에서 제대로 설명하고 자문했으면 이런 불행한 일 없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면 한국에서의 출생신고를 지우고 싶다.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대한 현행 국적법은 한인 2세들의 삶의 기회를 묶는 족쇄와 같다. 한국에서 말하는 재외동포는 대한민국의 자산이라느니 한국의 세계화는 구호에 불과하다. 제2, 제3의 내 아들 같은 경우가 나오지 않게 개정되어야 한다. 정말 비통한 마음이고 무능한 아비 때문에, 아버지 나라의 엉터리 악법 때문에 아들의 앞날을 망쳤다는 마음을 지울 수 없다. 남의 일인 줄 알았는데 나의 일이었고, 나만의 일인 줄 알았는데 우리 모두의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탄원서를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고 싶다. 이종걸 의원이 전달해주기를 부탁한다.
"절차 복잡하고 오래 걸려"
-김선희(LA)
17세, 14세 된 두 아들이 있다.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18세까지 한국 국적포기 절차를 밟지 않으면 한국을 방문했다가 군대에 끌려 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총영사관에 문의했다. 그런데 모든 절차가 4년이 넘게 걸리고 벌금까지 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포기했다. 어떻게 이렇게 절차가 복잡하고 기간이 오래 걸릴 수 있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조속한 개정이 필요하다.
"병무청 방문 문의해도 몰라"
-안토니오 박
75마일 떨어진 곳에서 왔다. 아들이 UCLA ROTC를 거쳐 현재 육군장교로 복무중이다. 어느 날 선천적 복수국적자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한국을 방문했을 때 제주도에 들른 김에 제주 병무청을 찾아 문의했더니 담당자가 자기는 아는 게 없으니 서울 병무청에 문의하라고 했다. 시간이 없어 서울까지 가지는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최근에는 아들이 자신이 모시는 사령관이 한국을 방문하는 데 동행할 것을 제의했는데 어떻게 하는 게 좋으냐 문의 하기에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말렸다. 들어갈 때는 마음대로 들어가지만 나올 때 병역법에 걸려 한국군에 끌려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법이라는 것이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있는 것이지 선량한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법이 아니다.
"미국인으로 살텐데 피해 억울"
-앤소니 홍(아케이디아)
아직 어린 두 아들이 있다. 나는 시민권자이지만 아내의 국적은 한국이다. 따라서 한국법으로 따지면 두 아들은 모두 선천적 복수국적자인 셈이다. 나는 두 아들을 모두 미국인으로 키우며, 미국인이 누릴 수 있는 모든 권리와 혜택을 다 가지고 생활하기 원한다. 그런데 내 아들들이 미국의 사관학교 입학이나 연방 공직 또는 선출직 공무원을 원할 때 한국법 때문에 피해를 본다면 이런 황당한 일이 어디 있는가?
이외에도 한국에 취직하려다 복수국적 신분 때문에 포기한 경우, 해외 동포에 대한 법적 보호는 미미하면서 의무는 이행하라는 한국법의 모순을 지적한 사례, 아들이 18세 되는 해 1월에 총영사관을 찾았는데 국적이탈 신고를 받아주지 않은 사례, 아들이 15세 때부터 매년 총영사관을 찾았는데 담당자가 18세 되는 해에 오라고 하며 신고를 받지 않은 사례, 18세 넘어 국적이탈 신고하는 자를 위한 구제책 마련 요구 등의 이야기가 나왔다. 피해사례 발표를 청취한 이종걸 의원은 "외교부와 법무부 등에 국적 관련 담당자가 적다는 사실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현실이 동포들에게 고통 주는 것을 바꾸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의원은 현행 18세 되는 해 3월 말까지로 못 박은 국적이탈 시기 제한은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관련 부서 담당자들로 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신청 시기를 넘긴 대상자에 대한 재심사 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미국 동포만이라도 선천적 복수국적으로 인한 피해사례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마련하고 나머지 일반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1년 정도의 시간을 갖고 여론을 형성하며 개정안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병일 기자 kim.byongi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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