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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골프와 백팔번뇌

박재욱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법사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다.

보비 로크의 지론이다. 그는 1950년대 남아공의 전설적 프로골퍼이며 특히 퍼팅에 뛰어났던 골퍼로, 골프에서는 결국 퍼팅이 승부를 결정한다는 의미이다.

퍼팅이란 홀(컵)에 퍼터로 공을 쳐서 넣는 동작으로, 300m 이상을 장쾌하게 날리는 드라이버샷이나, 1m 미만의 짧은 퍼팅스트로크이나 모두 1타이다.

프로골퍼들도 그런 짧은 퍼팅을 놓침으로써, 분루를 삼키며 챔피언의 영예를 양보하고 많게는 수십만 불의 상금마저 잃게 되는 참사(?)가 허다하기에, 퍼팅에 극도로 긴장하여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 스트레스의 온상인 홀컵의 지름이 108mm이다.

숫자 108은 불교에서 아주 의미 있는 숫자이다. '백팔번뇌'는 물론, 그 번뇌를 끊겠다는 결기의 뜻으로 '백팔염주'니, '백팔계단'이니 절을 할 때도 '백팔 배'니 해서, 108이란 숫자를 붙인 수행용어가 많다.

공교롭게도 그 홀컵의 지름이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 불교의 백팔번뇌와 숫자가 일치한다.

그래서 골퍼들은 필드에서 공을 칠 때마다 온갖 번뇌 망상에 시달리다 대부분 샷을 망치고 홀인을 놓쳐, '골프가 안 되는 108가지 이유'라거나, '승패를 좌우하는 홀컵은 백팔번뇌의 상징'이라고 하게 된 것이다.

불교는 번뇌를 고통의 원천으로, '심신을 소란케 하여 적정을 방해하고 괴롭히는 망념'이라 규정한다.

백팔번뇌는 중생들에게 야기되는 한량없는 번뇌를 108가지로 분류, 열거한 것이다. 인간의 감각기관에서 비롯되는 정신적 번민의 총합이라 해도 되겠다.

하필이면 왜 108인가.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통상 다음의 산출 방법을 그 용례로 들고 있다.

6가지 감각기관인 눈, 귀, 코, 혀, 몸, 생각(인식기능)이 그 각각의 대상인 모양, 소리, 냄새, 맛, 촉감, 법(인식의 내용)과 서로 접촉할 때, 시각, 청각, 후각 등과 같은 6가지 마음작용이 일어난다.

그 마음작용에 '좋다. 싫다(나쁘다). 그저 그렇다.'라는 3가지 감각적 분별, 인식작용이 일어난다.

연이어, 좋은 것은 '즐겁게' 받아드리고, 싫은 것은 '괴롭게' 받아드리며, 그저 그런 것은 '방치'하는 3가지 인식이 생긴다. 6가지 마음작용에 모두 6가지 인식이 일어남으로 36가지(6x6)의 번뇌가 발생한다.

다시, 이러한 번뇌는 과거, 현재, 미래 삼세를 끊임없이 유전함으로 108번뇌(36x3)의 실수를 얻게 되고, 이후 일파만파 팔만사천 번뇌로까지 확대 재생산 된다.

그 하 많은 번뇌의 속박에서 해방되어 '절대평온'에 이르는 것이 궁극이나, 우선 번뇌로 흐트러진 마음을 일심(一心)삼매로 모아 평상심을 회복해야 한다.

'절에 가면 우승이 보인다.' 우연일까? 세계여성골프계 상위그룹에는 한인불자가 수두룩이 포진하고 있다.

언제고 그들은 정심(定心)인 채 염주를 굴린다.

백팔염주, 진리의 '빛알'들 파동으로 춤추면, 알알에 똬리 튼 번뇌, 무상을 감지하고, 속절없는 절망에 몸 벗을 자리.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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