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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스텔스 '젠 -20' 띄우고 '강군몽' 과시

최신형 ICBM 둥펑-31AG 등 첫선
장병 1만2000명에 항공기만 100대
2년 전 천안문 열병식 때보다 커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위장용 얼룩무늬가 새겨진 전투복 차림으로 사열차량에 올랐다. 정면을 응시하며 근엄한 표정을 지은 시 주석이 "퉁즈먼 하오(동지들 안녕)!"라고 입을 떼자 "주시 하오(주석님 안녕하십니까)"라고 답하는 장병들의 함성이 네이멍구 벌판에 울려 퍼졌다.

30일 오전 네이멍구 주르허 기지에서 열린 중국 인민해방군 창설 90주년 기념 열병식의 시작 장면이다. 중국은 1927년 8월 1일 공산당 홍군의 난창 무장봉기를 인민해방군의 건군절로 기념해 왔지만 이날에 맞춰 대규모 열병식을 거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 주석의 강군몽(强軍夢), 즉 군사대국 굴기에 대한 집념이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다.

이번 열병식에는 중국의 신형 첨단 무기가 대거 등장했다. 특히 올 3월 실전 배치된 젠-20 편대가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젠-20은 미국의 F-22(랩터)와 F-35의 대항기종으로 개발된 5세대 스텔스 전투기다. 최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31AG, 공대함 미사일 잉지-83K 등이 첫선을 보였다. 런궈창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육상.정보.특수전.방공미사일 방어.해상.공중.종합보급.반테러.전략타격 등 9개 작전군이 참가했다"며 "장병 1만2000명, 장비 600여 대, 항공기 100대가 참가했고 절반 정도가 처음 공개됐다"고 밝혔다. 장병 1만 명, 장비 500대가 동원됐던 2015년 천안문 열병식 때보다 규모가 커졌다.

사열과 분열을 마친 시 주석은 연설을 통해 "영웅적인 인민군대를 세계 일류 군대로 건설해야 한다"며 "군이 국가 주권.안전.발전이익을 수호할 것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이날 열병식의 특징은 '실전형' 열병식이었다는 점이다. 열병식이 열린 주르허 기지는 서울 면적의 1.8배인 아시아 최대의 실전훈련장이다. 시 주석이 누누이 강조해 온 합동작전 수행 능력을 훈련하는 장소다.

마오쩌둥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한 이래 중국의 열병식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고도의 정치적 행사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날 열병식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선 병사들의 경례 구호가 기존의 '서우장 하오(수장님 안녕하십니까)' 에서 '주시 하오(주석님 안녕하십니까)'로 바뀌었다. 6월 말 홍콩 주둔군 열병식 이후 두 번째다. 국영방송 CCTV의 해설자는 "수장이란 (막연한) 호칭보다 정식 명칭인 주석을 사용함으로써 국가 의식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올가을 19차 당대회에서 '당주석'을 부활하려는 시 주석의 희망이 드러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절대권력자였던 마오쩌둥 사후 1982년 폐지된 당주석제를 부활시킴으로써 시 주석이 1인 권력 집중과 임기 연장을 시도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집단지도체제의 골간을 흔드는 것이어서 간단하게 이뤄질 일이 아니란 분석도 강하다.

시 주석의 대규모 열병식은 취임 3년 만인 2015년 천안문 열병식에 이어 두 번째다. 장쩌민과 후진타오 전 주석은 임기 중 건국 50주년과 60주년 기념일에 각각 한 차례씩 천안문 열병식을 거행하는 데 그쳤다. 올가을 5년 만에 권력재편이 이뤄지는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시 주석이 자신의 권력과 권위를 내외에 과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베이징=예영준.신경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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