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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인류애의 실현

김정국 / 골롬바노 신부(성 크리스토퍼성당)

그리스도교 신앙은 보편적 인류애를 세상에서 실천하여 하느님 나라를 이 세상에서부터 구현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 그래서 지난 2천 년 동안 그리스도교가 전해진 곳마다 인류애적 형제애를 전파하고 실천하는 일에 힘써온 것이다.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이 점점 더 국가, 민족, 지역 간에 갈등과 분쟁으로 치닫는 현상을 바라보면서 한 가지 원인으로 생각되는 것은 보편적이고 실천적인 그리스도교의 역할이 세상에서 퇴색되어 가고 그 영향력마저 감소해서 그렇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그리스도교의 단순한 재부흥을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세상을 구원하고자 하는 종교적 이상이 동반하는 인간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공동체 안에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가 약화되어 가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는 세상에 직접적으로 종교의 실천으로 그 가치를 제시하고 추구했을 뿐 아니라 그 영향을 받은 문화적 가치 구현을 통해 세상에서 그것을 실현해 왔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는 그리스도교 문화의 힘이 감소하고 신앙이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으로 전락해 가고 있다. 개인화된 문화여서 그런지 개인의 생각과 의지는 강조되지만 함께 이루어가야 할 공동체적 이상은 힘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미국 생활을 시작하면서 미국 사회의 독특함을 체험하면서 생소함과 놀라움을 많이 느꼈다. 미국은 마치 다양한 인종이 살아가는 지구 위의 시험실 같다고 할까? 그런데 과연 '용광로'로 표현되던 미국적 통합이 오늘날 새로운 난관과 과제를 맞고 있다는 것도 목격하게 된다.

교육자이자 사학자이면서 한때 케네디 대통령의 협력자였던 아더 슬레징거의 글은 내게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는 계기를 준다. 그는 미합중국의 다양한 인종·민족의 구성과 한 국가로서 국민의 일치를 향한 그간의 역사의 여정과 오늘의 과제를 성찰하면서 미합중국이 출발하는 초기부터 최근까지의 변화와 새로운 역사적 도전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간결하게 설명한다. 미국이 다양한 종족과 여러 출신 국가의 사람들이 모여 하나의 문화를 이루는 데 성공한 지구상에 유일한 국가라는 대처 영국 총리의 말을 인용하면서 미국 달러 화폐에까지새겨넣은 "다수로부터 하나로(E pluribus unum)"라는 이상을 실현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 사회는 통합이라는 구심력과 분권과 자율이라는 원심력이 힘을 겨루며 발전해왔다.

현재 맞고 있는 새로운 장애물과 난제를 만나 슬레징거의 말처럼 미국이 종족과 인종적 적대성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계속해서 서로 다른 집단을 통합하는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미국은 지금까지 세계화를 이루는 길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왔다. 그래서 미국이 안고 있는 이 미래의 과제는 미국뿐 아니라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야 할 지구상 인류 전체의 과제다. 그리고 그것을 성공으로 이끌어 갈 힘을 나는 그리스도교를 통해 얻은 인류애의 가치 실현에서 찾을 수 있다고 믿는다.

bano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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