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한국 복수국적자 정책의 모순
이우수/사회부 기자
대한민국 정부는 지난 2010년 개정된 국적법에 따라 2010년 5월 4일 이전 만 22세가 지난 경우, 즉 1988년 5월 4일 이전에 출생한 사람의 한국 국적을 자동 소멸시켰다.
하지만 개정 국적법은 1988년 5월 4일 이후 출생한 남성 한·미 선천적 복수국적자는 18세가 되는 해의 3월 31일 이전, 여성 한·미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경우 22세가 되기 전 출생신고 및 국적이탈 신고를 마쳐야 한국 이중 국적을 포기하고 미국 시민권만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한·미 선천적 복수국적자 부모들은 원정출산으로 태어나지도 않은 자녀가 한국의 까다로운 국적법으로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취재 중 만난 한·미 선천적 복수국적자 부모들은 자녀가 출생신고 자체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한국 정부에서 자녀의 존재를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가 한국 유학 또는 취업을 위한 비자발급을 위해 LA총영사관에 방문할 경우 담당자들은 인종과 성씨 등 기초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인 여부를 가늠하며 출입국 전산 기록을 통해 출생 당시 부모 중 한 명이 미국 시민권자가 아닌 한국 국적을 보유했던 경우 그들의 자녀를 한·미 선천적 복수국적자로 규정한다.
현행 국적법을 만든 한국 정부의 입장은 간단하다.
만약 자녀가 한국국적을 유지하기 원치 않고 평생 미국 시민권자로 살아가길 원하는 경우 남자는 18세, 여자는 22세 이전 출생신고를 한 뒤 국적이탈 절차를 밟으면 된다.
또한, 자녀가 한국과 미국 이중국적을 유지하고자 할 경우 남자는 한국군 복무 후, 여자는 22세 이전에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한 뒤 한국에서 학업 또는 취업활동을 진행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한·미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국적선택에 있어 부모들은 자녀의 의견을 최우선으로 존중해야 할 것이며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출생신고 및 국적이탈, 군입대와 외국국적 불행사 서약을 돕도록 해야 한다.
현행 국적법은 의도적인 원정출산자들의 군입대 회피를 막기 위해 개정된 법안으로 미국에 거주 중이던 한인 부모 아래 태어난 자녀들에게까지 적용되는 것이 너무 가혹하다는 비판과 여론이 많다.
이에 LA한인회와 한인커뮤니티변호사협회는 국적법 개정을 위해 한·미 선천적 복수국적자들의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있으며 오는 21일 국적법 개정을 위한 공청회를 실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만약 한·미 선천적 복수국적자 자녀를 둔 부모로서 그들의 국적선택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다면 이번 공청회를 발판으로 같은 처지에 있는 한인들과 의견을 교류하고 국적법 개정을 위한 운동에 참여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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