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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미래를 위한 공동체 회복

일희일비하지 않고 평화통일에 대한 성직자의 고백을 적어본다. 통일을 왜 해야 하는가?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말하는데 왜 소원이 되는가? 그 목적이 무엇인가? 경제적, 군사적, 역사적, 정치적, 문화적인 것을 말하는데 그것이 궁극적인 것일까?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 근간이 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원적이 평남 성천이다. 그곳이 내 고향이다. 그곳에 조상의 땅이 있고 선산이 있고, 뿌리가 있다. 나는 명절이면 고향을 찾아가는 귀성객을 가장 부러워하며 살았다. 찾아갈 곳이 없다는 것처럼 서글픈 일이 없다. 그래서 통일을 늘 원했다. 가족과 혈육을 만나기 위한 것보다 더 간절한 것이 어디 있겠는가? 여기에는 이념도 환경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우리에게 있어서 통일은 민족공동체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다. 우리 민족이 공동체성을 회복하지 못하면 통일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경제적인 통일, 정치적인 통일, 사회적인 통일이 이루어지는 것은 온전한 통일이 아니다. 통일은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여하튼 엄청난 변화들이 한반도에서는 벌어질 것이다. 이 엄청난 일도 작은 일로부터 시작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공동체 운동으로부터라고 생각한다.

강원도 예수원을 다니면서 대천덕 신부를 통해 공동체에 대한 희망을 보게 되었다. 다양하고 생각과 사상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느님 안에서 어울려 살 수 있는가? 그리고 함께 행복할 수 있는가? 근본적으로는 분배의 문제이다. 대천덕 신부의 비전은 성서대로 살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이렇게 살 수 없다면 성서는 거짓말이고 예수는 헛것이다. 그는 모든 것들이 서로에게 나누어지지 않는다면 하느님 나라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하느님 나라는 각기 다른 세상을 사는 사람들의 통일을 말하는 것이다.

남북의 통일도 나눔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먼저 나눔의 마음이 있어야 하고 나눔을 위한 인식의 변화가 우리 사회에 있어야 한다. 남북이 서로 나의 밥을 나누어 먹는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그런 마음 없이 통일을 논할 수 없다.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통일되면 큰 횡재를 하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개발, 사업, 인건비 절약 등등. 이것이 통일의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은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남북통일에 기여할 수 있다.

퀘이커 공동체는 세계평화에 가장 많이 구체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평화센터를 중심으로 전 세계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공인된 교인은 전 세계적으로 33만밖에 안 되지만, 그 활동은 여타 기독교가 따를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하다. 세계 곳곳에서 평화, 환경 운동을 앞장서서 하는 사람이나 단체는 대부분 퀘이커 쪽의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고 보면 맞다. 현재 필라델피아의 펜들힐에 퀘이커 평화센터가 있다. 그곳에는 전 세계사람들이 모여서 참된 평화를 배우고 간다. 이들은 공동체로서 연대하며 활동을 하고 있다. 요즘 같이 개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욕망을 버리고 공동의 선을 위해서 헌신하는 그 삶이 존경스럽지 않은가?

통일 운동은 평화운동이다. 우리 민족의 미래가 달려있다. 이것은 한반도에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는 일이다. 그만큼 중요하고, 절대적인 일이다. 우리 민족공동체의 운명은 통일에 달려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통일을 노래하고 있다.

이완홍 신부/메릴랜드 성요한 성공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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