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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우상이냐 성상이냐

박재욱 / 나란다 불교아카데미 법사

"대저, 쇠붙이로 만든 금불은 용광로를 못 건너고, 토불은 물을 못 건너며, 목불(木佛)은 불을 건너지 못하는 법, 어떤 물건이 부처인가? 말해보라!"

단하천연(중국 739~824)선사가 행각 길에 날이 저물자, 가까운 절집에 들러 하룻밤을 묵게 된다.

엄동설한에 입성마저 부실한 터에, 빈방이 없다며 원주가 내준 헛간채이고 보니 방구들도 얼음장이다.

그 방바닥에 등짝을 붙이자니 엄두가 나지 않고, 무릎사이에 머리를 묻고 있자니 이내 엄랭한 기운이 뼈 속을 스민다. 서성대니 웃풍 또한 만만찮다. 난감했다.



구들을 데울 장작 한 토막 주지 않고 사라진 원주가 야속하고 괘씸했다. 하긴, 더없이 초라한 비렁뱅이 행색에 아낀 입이니, 원주의 야박한 대접이야 불문가지.

그래, 문짝을 박차고 뜨락으로 나서자 그새 날선 눈발은 그쳐 있었다. 휘영청 밝은 달빛에 파르라니 물든 눈밭을 바장이다, 차라리 선정에 들어 얼어 죽는 편이 나을 성 싶어, 살며시 법당 문을 밀고 들어섰다.

어둑새벽, 다시 든 겉잠을 흔드는 때 아닌 도끼질 소리에 놀라, 허겁지겁 소리 난 곳으로 달려간 원주는 그만 아연실색, 털썩 땅바닥에 주저앉고 만다.

불꽃이 이글거리는 아궁이 앞에는, 도끼날에 처참하게 빠개진 목불이 흩어진 채 나뒹굴고 있었다.

"아니, 세상에 이 무슨 천인공노할 미친 짓거린가?"

천연 선사, 아궁이 속에서 맹렬히 불타는 목불조각들을 부지깽이로 뒤적이며 퉁명스럽게 내뱉는다.

"아, 다비해서 사리나 거두려는 참이오"

"이 미친 땡초야, 목불에서 무슨 사리가 나온다고"

"그럼 잘 됐구마, 나머지 불상 두개도 가져다 군불을 땝시다" 천연 선사의 천연한 말에 원주는 눈동자가 허옇게 뒤집어지며 까무러치고 만다.

"이보시오! 사리도 안 나오는 목불이 소신(燒身)공양으로 산부처를 따뜻하게 해주었으면 되었지, 그 보다 더 큰 공덕이 세상 어디에 있단 말이오!"

부지깽이로 바닥을 탕탕 내려치며 토해낸 일갈이다.

아서라! 천연 선사의 파격과 우상타파의 상징적 의미가 왜곡되어, 자칫 또 다른 우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천연 선사는 불상을 신통 영묘한 기복신앙의 대상으로 삼는 세간의 어리석음을 타파하고자 한 것이다.

불상은 위대한 인격의 완성 자에 대한 경애와 그 앞에서 설하신 진리를 되새기고, 그 진리의 구현을 위한 정진을 다짐하는 대상이어야 한다.

우상이냐 성상이냐, '마음이 모든 것을 만든다' 결국, 깨부숴야 할 우상은 밖에 있지 않고 마음속에 있다.

후대 진각대사는 이 에피소드를 두고 '원주는 부처만을 보았고 단하천연은 나무토막만 태웠느니라'고 했다. 그러나 부처로 보면서 나무토막으로도 보고, 나무토막으로 보면서 부처로도 보는 안목을 길러야할 것이다.

어느 철학도가 어느 노장선사께 넌지시 들이댄다.

"스님, 불상은 우상인데, 어째 절하고 빌고 한답니까?"

"허허! 그건, 장래 그대가 되어야할 모습이니 절을 허든 안 허든 그대가 알아서 하시게나."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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