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스푼 굿피플]길거리 노름꾼 호세
김재억 목사/굿스푼선교회 대표
콜롬비아 파이크 선상에 있는 폴스 처치 유-홀(U-Haul) 앞에는 라티노 노동자들이 이삿짐 헬퍼로 하루 품삯을 얻고자 장사진을 치고 있다. 그들 대부분은 컬모와 셜링턴 노동시장에서 서성거리던 익숙한 얼굴이다.
여름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일자리가 희박해지자 다급한 나머지 홈 디포, 세븐 일레븐, 이삿짐센터 앞에서 구직을 호소하는 도시 빈민들이다. 라모스, 라파엘은 온두라스 동향 출신으로 매일 아침 출근부를 찍고 있지만 일하는 날보다 그늘을 전전하다 허탕 치고 돌아갈 때가 더 많다.
기다리다 지친 호세와 친구들이 무더위 속에서 찾아낸 위험한 소일 거리가 모네다(동전) 노름이었다. 시원한 냉커피 한 잔 값인 1달러를 판돈으로 했을 땐 모두가 장난처럼 재미있어했다. 연휴가 있었던 최근에는 판돈이 500달러 규모로 커졌고, 길거리 도박장으로 탈바꿈한 현장엔 노름꾼들의 검은 야욕이 섬뜩하리만치 번뜩이는 무서운 곳이 되고 말았다.
후에고에 빠져들면서 종일 이삿짐을 나르며 정직하게 버는 돈이 우습게 생각됐다. 체감 온도 100도를 넘나드는 한여름 폭양 볕조차도 별로 뜨겁게 느껴지지 않았다. 행인들의 따가운 시선이나 동료들의 만류도 외면하게 되었다. 굿스푼의 급식 차량이 도착해서 점심 도시락을 권해도 시큰둥한 채 배고픈지 몰랐다. 도박 운이 따르면 일주일 치 품삯을 한순간에 거머쥘 수 있다는 집착에 눈이 벌겋게 상기된 채 도박에 여념이 없었다.
모네다 노름의 룰은 뜻밖에 간단하다. 25센트짜리 동전을 엄지손톱에 올려 머리 위로 튕기기 직전 노름꾼들은 동전의 양면 중 하나를 미리 지정한다. 까라(Cara, 조지 워싱턴 대통령의 얼굴)를 택하든지 아니면 뒷면의 아귈라(Aguila, 독수리 문장)를 정하면 된다. 이윽고 머리 위로 쿼터 하나가 솟구쳐 올랐고, 땅바닥에 뒹굴다 까라가 확인되자 즉석에서 10달러를 호세에게 건넨다. 도박 운이 따랐던 호세의 손엔 수북한 달러 다발이 들려 있었다.
셜링턴 일일 노동시장에서 라티노들에게 인기 있는 노름은 후에고 데 다마쓰(Juego de Damas, 서양 장기)다. 테이블 위에 그려진 다마쓰 판을 마주한 채 종일 이길 궁리를 하다보면 일은 뒷전이고 긴긴 여름 해가 언제 어두워졌는지 모를 정도로 빠져들곤 한다.
노름은 패가망신(敗家亡身)의 첩경일 뿐만 아니라 건강한 신체, 건강한 노동력도 앗아 버리는 해악스런 독이다. 판돈이 크고 작음, 재미 삼아 해선 안 될 거대한 악이 도박이다.
도시선교: 703-622-2559 / jeukk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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