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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헛되지 않으리라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찬란하게 피었던 함박꽃이 꽃잎을 떨구며 봄이 다 갔다고 아쉬운 숨을 내쉬지만,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복숭아꽃 배꽃 벚꽃까지 하늘을 수놓던 꽃들도 기다리라 해놓고 봄과 함께 다 사라져버렸습니다. 철 따라 피는 꽃이 있기 마련이지만, 한 자식이 다른 자식을 대신하지 못하듯 서운한 마음을 다 달래지는 못하지 싶습니다.

하지만 한여름 문턱에서 봄꽃을 생각하는 것은 섭섭한 마음 때문은 아닙니다. 화려했던 꽃잎은 떨어져 기억에만 싱싱한데 그 자리에 열매가 씩씩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습니다.

전에는 꽃이 떨어져야 열매를 맺는다고만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 꽃이 열매를 품고 열매가 되어 있었습니다. 서로 이별할 수 없는 꽃과 씨가 그렇게 서로를 품고 있었습니다. 봄을 따라 가버린 줄 알았던 꽃은 그렇게 남아있었습니다.

옥스퍼드 교정의 구름 낀 회색 하늘 아래서 교회의 부패를 외치고 성경이 말하는 진리를 위해 맨발의 열정을 태웠던 존 위클리프는 불꽃처럼 스러졌습니다. 진실만을 찾고 진실만을 들으라고 외치며 프라하 교정과 틴예배당을 뜨겁게 했던 얀 후스의 육신은 불꽃 속에서 타올랐습니다. 그렇게 불꽃은 반짝이던 화려한 봄과 함께 가버린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모든 불꽃은 열매를 품고 있었습니다.

다시 한번 세상은 송곳처럼 튀어나와 강렬하게 핀 꽃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비텐베르크 대학 정문에서 이 불꽃은 다시 피어올랐습니다. 하나님의 말씀 외에 어떤 타협도 거부하며 그 자리에 서 있던 루터 역시 불꽃을 열매에 남겼습니다. 단 한 송이의 꽃도 헛되지 않았습니다.

아름답게 불타올랐던 불꽃이 시들었지만, 하나님은 열매를 통해 꽃을 남기셨습니다. 열매가 달다고 그 누가 말했습니까. 열매는 꽃들의 서러움이고 눈물입니다. 봄과 함께 가지 못하고, 아니 갈 수 없어서 남은 열정이고 타오름입니다. 아름다움은 열정과 눈물을 낳았습니다.

교회는 여전히 진실을 들어야 합니다. 우리 이야기가 아니라, 오직 주님의 진실을 배우고 사랑해야 합니다. 진실을 위해 아파야 하고 몸부림쳐야 합니다. 세상에서 면죄부를 받으려 하지 말고 하나님의 진실 앞에 자신을 세워야 합니다. 불꽃은 눈물을 낳습니다. 아파도 눈물을 낳아야 합니다. 우리의 눈물은 꽃을 다시 피우는 눈물입니다.

지금은 물론이고 나중에도 한 송이 꽃은 무시를 당할지 모르지만, 단 한 송이도 헛되지 않을 것입니다.

sunghan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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