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구 건물 엘리베이터에는 반드시 거울 부착돼야
랜드로드가 숨기고 싶은 뉴욕주·시 주거 규정
세입자가 직계가족과 동거하는 것은 막을 수 없어
주거 기준 맞지 않으면 렌트 못 받고 퇴거 못 시켜
뉴욕시는 최근 악덕 랜드로드의 횡포로부터 세입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뉴욕주법과 뉴욕시 조례를 통해 이미 세입자의 권리가 상당 부분 보호되고 있지만 방대하고 복잡한 법 규정의 세부 내용을 대부분의 세입자들이 모르고 있어 정당한 법적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부동산 전문매체 커브드닷컴(curved.com)은 최근 '랜드로드가 숨기고 싶은 뉴욕주.시 주거 규정'이라는 기사를 통해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세입자들이 알아둘 만한 사소한 법 규정들을 소개했다.
◆엘리베이터에는 반드시 거울 부착돼야=뉴욕주 복합거주법(Multiple Dwelling Law) 51조 (b)항과 뉴욕시 행정규정 27-2042 조항은 "다가구 건물의 (안내원이 없는) 셀프서비스 엘리베이터에는 사람들이 탑승 전에 이미 누군가 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목적의 거울이 반드시 부착돼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려동물 금지 규정도 피할 수 있어=대부분의 아파트가 '반려동물 금지(No Pets)'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무력화시킬 수 있는 규정도 존재한다. 뉴욕시 행정규정 27-2009.1(b) 조항은 "뉴욕시와 웨스트체스터카운티의 다가구 주거 건물에서 세입자가 적어도 3개월 이상 '공공연하게(openly and notoriously)' 반려동물을 키웠고 건물주나 그 대리인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다면 '반려동물 금지' 규정은 면제된(waived) 것으로 간주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애덤 베일리 변호사는 이 규정과 관련해 "직접 반려동물을 목격하지 않고 동물용품을 랜드로드의 대리인이 목격하는 것만으로도 이 조항은 구속력을 가진다"며 "랜드로드 대리인이 보수작업을 하는 동안 개 목줄을 들고 지나가면서 보이도록 한 뒤에 3개월만 기다리면 합법적으로 개를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랜드로드는 세입자가 서비스 동물(시각장애인을 위한 안내견은 물론이고 감정적 치유를 위한 반려동물도 포함)과 함께 거주하는 것을 금지할 수 없다. 단 이 경우에는 반드시 이를 인정하는 공식적인 서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직계가족과의 동거는 금지 못해=부동산법 235조 (f)항은 "랜드로드가 리스 계약상의 당사자나 그 직계가족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은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리스 계약 당시 세입자가 이후에 직계가족을 불러 들여 함께 살더라도 랜드로드가 이를 금지할 수 없다는 의미다. 혼자 살던 세입자가 결혼 후 배우자를 자신의 아파트에 들여 함께 사는 경우나 부모나 자녀를 불러서 동거해도 이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로프트법 적용 건물 세입자는 더 강하게 보호=뉴욕시에는 과거 창고나 공장으로 쓰던 건물을 개조해 임대 아파트로 사용하고 있는 이른바 '로프트(Loft)'라는 주거 형태가 있다. 이들 중 다수는 원래 주거가 불법이지만 뉴욕주 '로프트법(Loft Law)'에 따른 합법화 과정을 거쳐 현재는 합법적 주거가 가능해졌다. 뉴욕주에서는 두 차례에 걸친 합법화 과정을 통해 주거를 허용하고 있는데 로프트법 적용 건물은 이처럼 '로프트법'으로 불리는 뉴욕주 '복수주거지법(MDL)의 7-C 조항'에서 제시한 일정 기준을 충족시키는 '임시 복수주거지(IMD.Interim Multiple Dwelling)'를 말하며 뉴욕시 로프트위원회(Loft Board)가 관장한다. 이 로프트 건물 세입자는 더 강한 법적 보호를 받는다.
실례로 2012년 뉴욕주 최고법원인 주항소법원은 로프트 건물에 살며 2003년 이후 9년 동안 렌트를 내지 않은 브루클린의 세입자를 상대로 건물주 회사가 제기한 퇴거 명령 청구 소송에서 건물 주거 기준에 맞지 않으면 세입자로부터 렌트를 받지 못 할 뿐 아니라 퇴거시킬 수도 없다는 판결을 내려 이 세입자가 이후 렌트를 내지 않고 살 수 있도록 했다. 건물주가 로프트법 규정에 따라 안전 설비를 갖추지 않았으며 1982년 제정된 로프트법의 적용 연장 신청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 판결의 근거였다.
로프트법 적용 대상 건물이 아니더라도 (반)지하 등 불법 개조나 불법 임대로 세입자를 들일 경우 렌트를 내지 않더라도 랜드로드는 원천적인 불법 행위인 탓에 퇴거 소송을 진행할 수 없다.
◆만성적 렌트 연체만으로는 퇴거 어려워=렌트를 제때 내지 않으면 퇴거 사유가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만성적' 연체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적 기준이 없다. 통상 정해진 날짜보다 한달 이상 늦게 렌트를 내면 연체로 간주된다. 하지만 '가끔씩(occasional)' 연체하는 것만으로는 랜드로드가 퇴거 소송에서 이길 근거가 약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렌트를 꼬박꼬박 제 날짜에 맞춰 내지 않더라도 적어도 법적으로는 크게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상습적으로 렌트를 연체할 경우 추후 다른 주택을 임차하거나 주택 구입 시 모기지를 필요로 할 때 크레딧 상에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제때 렌트를 내는 것이 본인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박기수 기자 park.kiso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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