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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웜비어 식물인간 상태…식중독 증거 발견 못해"

신시내티 병원 의료진 회견
"뇌조직 손상으로 반응 안 해"
킨타나 유엔 인권특별보고관
"북한, 분명하게 이유 밝혀야"


오헤아 킨타나(사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16일 성명을 통해 북한 정권이 혼수 상태에 빠진 미 대학생 오토 웜비어(22)와 관련해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또 웜비어의 상태가 북한 내 구금자 인권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북한에 구금자 인권을 존중하라고 덧붙였다.

웜비어는 2015년 12월 평양 여행 중 체포된 뒤 반공화국 적대행위 모의 혐의로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이달 13일 전격 석방돼 고향인 오하이오주 신시내티로 돌아왔다.

그러나 웜비어가 귀국 당시 혼수상태여서 18개월 동안 북한 당국이 그에게 어떤 처우를 했는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

킨타나 보고관은 "석방 소식을 환영하지만 웜비어의 건강 상태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북한은 그가 혼수 상태에 빠진 이유를 분명히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웜비어 사례는 의학적 치료를 적절히 받을 수 없는 북한 내 수감자가 끔찍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우려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북한에서 운영되는 감옥과 관련된 정보는 거의 찾기 어렵다면서 북한이 처음부터 웜비어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웜비어가 체포됐을 때 영사 접견을 허용하거나 직접 변호인을 선임하도록 하는 등 기본 권리를 보장했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초래하지는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북한은 국적과 무관하게 내외국인 수감자 모두를 보호해야 한다"며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로 건강이 악화했다면 혐의와 상관없이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석방을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웜비어가 입원해 있는 신시내티대 병원 의료진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웜비어가 반사적으로 눈을 깜빡이긴 하지만 말을 못 하고, 듣더라도 반응이 없으며 의식적으로 행동하지 못한다"며 "광범위한 뇌조직 손상으로 인한 '깨어 있지만 반응하지 않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의료진은 뇌 손상 원인은 아직 모른다면서 "다만 이런 뇌 손상은 일정한 혈류 공급이 중단된 심폐정지 상태에서 뇌조직이 죽을 때 흔히 관찰된다"고 덧붙였다.

의료진은 웜비어가 식중독인 '보툴리누스 중독증'에 걸려 마비됐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선 "관련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부인했다. 가혹 행위를 뒷받침할 만한 신체적 외상이나 골절의 흔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북한의 식중독 주장에 대한 의료진의 반박이 나오면서 웜비어가 북한에서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확산하고 있다.

강혜란 기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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