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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부항 뜨다 피부염 … 의료기기, 몸 상태 따라 골라 써야

골다공증에 안마의자 쓰다 골절
뜸·찜질 뜨거워도 참다 저온화상
같은 기기도 사람마다 효과 달라
의사와 상담하고 사용법 꼭 확인을

임종애(80.여)씨는 허리가 아파 1년 전부터 안마의자를 쓰고 있다. 임씨는 "하루에 20~30분 안마의자를 꾸준히 사용했는데 통증이 가라앉고 시원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달 갑자기 허리.다리 통증이 심해졌다. 일주일 가량 입원해야 할 만큼 크게 탈이 난 것이다. 의사는 "골다공증으로 뼈가 약해져 있는데 계속 안마를 받은 게 잘못이다. 자칫 척추에 골절이 생길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임씨는 3년 전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이 좁아져 이를 넓히는 시술을 받았다. 그런데 안마기의 진동이 허리뼈에 충격을 줘 시술받은 부위가 약해졌다. 임씨는 "건강에 좋은 줄로만 알았는데 나처럼 뼈가 약한 사람에게는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몰랐다"고 말했다.

집에서 건강을 챙긴다며 흔하게 의료기기를 쓰는 시대다. 40대 이상 중년 가정에 의료기기 한두 대 없는 집이 없을 정도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15년 가정용 의료기기 구입.사용 실태를 분석해 보니 4가구 중 3가구는 한 개 이상의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있다. 체온계.혈압계는 기본이고 부항기.온구기(뜸).마사지기.전기자극기.안마의자.파라핀욕조 같은 걸 갖춘 집도 있다. 하지만 임씨처럼 자신의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거나 효과를 맹신해 의료기기를 과하게 쓰다 탈이 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양은주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가정용 의료기기를 쓰는 주요 목적 중 하나가 통증 완화다. 그런데 통증 원인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의료기기에 의존하면 일시적인 시원함만 반복될 뿐 근본 원인은 해결되지 않고 증상이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모(50.여)씨는 집에서 뜸을 뜨다 화상을 입었다. 이씨는 "뜸을 뜨면 허리가 아프지 않다고 했는데 별 효과 없이 붉은 자국만 생겼다"며 "병원에서 '저온 화상' 진단을 받고 화상 치료를 받았다. 흉터가 평생 간다고 해 속상하다"고 말했다. 박상원 자생한방병원(서울 강남구) 원장은 "이씨는 경추 디스크와 협착증 때문에 통증이 생긴 것이라 피부에 온열자극을 주는 것만으로는 통증을 완화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뜸.찜질 같은 온열기구 화상은 흔한 편이다. 허준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외과 교수는 "소위 '약발'을 받기 위해 뜨겁거나 통증이 있는데도 참으면 화상을 입는다. 뜸을 뜨거나 찜질을 하다 배꼽 아래나 허리에 화상이 생기는 경우가 빈번하다"고 소개했다. 온열기구를 쓰다 피부가 간지러우면 저온 화상의 신호이므로 사용을 중지해야 한다.

류머티즘·통풍엔 파라핀 욕조 금물

의료기기를 과용하지 않으려면 설명서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어디에 효과가 있는지 확인 한다. 예컨대 진동.충격.압박 같은 자극을 주는 마사지기(안마의자 등)는 경미한 근육통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어 의료기기로 인정받는다. 적외선 조사기나 저주파 자극기 등은 통증 부위에 에너지를 쪼이거나 전기 자극을 줘 통증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보건산업진흥원의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소비자 3명 중 1명은 제품 설명서를 확인하지 않는다.

배근주 고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같은 의료기기더라도 건강상태에 따라 효과가 다르고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의료기기 허가사항을 확인하고, 질병이 있으면 주치의와 상의한 뒤 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파라핀 욕조는 관절에 열을 골고루 전달할 수 있어 관절 통증이나 굳은 것을 약간 나아지게 할 수는 있지만 치료 효과가 있는 건 아니다. 피부 표면에만 열을 전달하기 때문이다. 류머티즘이나 통풍환자는 증상이 심해질 수 있어 쓰면 안 된다. 배근주 교수는 "뇌졸중으로 감각이 일부 마비됐거나 당뇨병으로 말초신경 감각이 떨어져 있으면 온열기기를 사용할 때 화상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열 치료는 피부 감염 질환을 악화시킨다. 의료용 진동기의 경우 척추 시술 또는 수술을 받았거나 골다공증이 있으면 약한 강도로 시작해 몸의 상태를 봐 가면서 강도를 조절한다.

전북 정읍의 심모(53.여)씨는 지나치게 강한 압력으로 오래 부항을 뜨다 피부에 염증이 생겼다. 심씨는 "피부에 물집이 생겼는데 이를 잘못 터트려 염증이 생겼다. 병원에서 세균 감염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박상원 자생한방병원장은 "사용설명서나 의사의 지시에 따라 적절한 시간과 강도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의 진단.처방이 필요한 의료기기도 있다. 잠재적 위험이 큰 3, 4등급 가정용 피부관리기기(IPL.여드름 치료기)가 대표적이다. 체온계.혈압계가 1, 2등급이다. 임이석 피부과전문의(임이석테마피부과)는 "IPL은 피부가 어두운 사람의 경우 자칫 화상을 입어 색소가 침착되거나 흉이 남는 부작용이 생길 우려가 크다"며 "자신의 피부 특성에 맞게 쓰려면 의사와 상담한 뒤 구입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미세전류를 흘려 불면증을 완화해 준다는 의료기기(뇌 전기 자극기)도 3등급에 해당한다. 한진규 신경과전문의(서울수면센터)는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한데 3주를 넘기면 만성화돼 치료기간이 늘어난다. 본인에게 효과가 있는 제품인지 알려면 불면증 원인을 파악한 뒤 제품의 허가사항을 정확하게 알고 써야 한다"고 말했다.

저주파 자극기,탈모·치주염에 효과?

의료기기를 구입할 때는 과장.허위광고에도 주의해야 한다. 올해 초엔 단순한 통증 완화 효과가 있는 저주파 자극기를 탈모.치주염에 효과 있는 것처럼 홍보하거나 온열기를 비염.탈모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허위광고한 업체가 적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로부터 허가 받은 의료기기에는 제품 겉면에 '이 제품은 의료기기'라는 문구와 허가(신고)번호, 입증 받은 효과가 적혀 있다.

어떤 기기는 공산품일 수도, 의료기기일 수도 있다. 예컨대 '파라핀 욕조'는 보습이 목적인 미용기기와 근골격계의 통증 완화가 목적인 의료기기로 나뉜다. 오영진 식약처 의료기기정책과 서기관은 "통증 완화나 질병에 좋다는 성능을 입증하면 의료기기로 허가해 준다. 각각의 특성에 맞는 까다로운 시험 규격을 통과해야 허가가 나므로 좀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의료기기로 허가 받은 파라핀 욕조는 일정 온도에 이르면 전기가 차단돼 화상을 예방하는 안전장치가 있다.

의료기기 중에는 혈압계처럼 꼭 필요한 제품이 있지만 제대로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배근주 교수는 "혈압계는 고혈압 환자가 혈압을 잘 관리하도록 도와주는 필수 가정용 의료기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한고혈압학회 조사에 따르면 집에서 혈압을 재는 고혈압 환자는 3명 중 1명에 불과하다. 재지 않는 환자의 35%는 가정용 혈압계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부종 환자는 공기압 마사지기(공기 압박 펌프 치료기)가 도움이 된다. 팔.다리에 끼워 다양한 정도로 압력을 가하는 의료기기다. 분당 서울대 양은주 교수는 "정맥성.림프부종이 있는 환자가 집에서 공기압 마사지기를 쓰면 질병 악화나 재발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단 피부염이나 심장성 부종 같은 질병이 있으면 쓰지 않아야 한다. 압력.시간이 적정하지 않으면 팔다리의 부종이 외려 악화할 수 있으므로 의사와 먼저 상담하는 걸 권한다. 당뇨 환자의 혈당 측정기, 수면 무호흡증 환자의 양압기도 집에서 쓰면 도움이 되는 의료기기다.


이민영·박정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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